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고가 소모품까지 독과점으로 공급하는 외국 의료기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A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22일 “대형병원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다빈치를 도입했는데 획기적인 것만은 틀림 없다”면서도 “로봇수술의 경우 수술료가 비싸다보니 병원이 엄청난 수익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수술용 로봇에는 많은 소모품이 들어가는데 개당 2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대부분 고가”라면서 “문제는 이들 소모품을 10번 사용하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해 놓았기 때문에 보통 환자당 5개 가량을 사용하면 소모품 비용만도 수백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그러다보니 국내 의료기관들은 로봇수술을 해 봐야 별로 남는 게 없고 알짜 수입은 다빈치를 판매한 외국 기업이 가져가게 된다”면서 “1년에 소모품 비용만도 수십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독과점의 횡포”라고 못 박았다.
B대학병원 역시 다빈치 장비 도입비 외에 소모품 구입비용으로만 연간 20억원 가량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 중 다빈치를 도입한 곳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을 포함해 14개 기관이며 전북대병원도 조만간 기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국내 의료기관이 로봇수술에 필요한 소모품을 수입하는데 연간 수백억원을 쏟아부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빈치 도입에 따른 부대비용도 엄청나다.
B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다빈치 도입에 따른 A/S 비용만도 연간 1~2억원에 달하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고가 의료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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