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CT를 이용한 암조기검진이 알려진 것과 달리 검사의 정확도, 안전성 등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가 건강검진, 치매 선별검사 역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회장 서울아산병원 김영식)는 17일 춘계학술대회에서 ‘근거중심의 건강검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서울아산병원 윤경은(가정의학과) 교수는 ‘암 선별검사에서 PET/CT 영상적용의 실제’ 발표를 통해 검사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했다.
PET/CT는 한번의 검사로 전신의 암 진단이 가능하며, 기능적 이상 병소의 정확한 위치 규명, 암 조직의 초기상태 및 재발, 전이 등 조기 진단, 특별한 증상이 없는 초기암 발견 등에 유용한 것으로 늘리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암 조기발견의 궁극적인 목적은 완치가 가능한 암을 발견하는 것”이라면서 “췌장암과 같이 완치가 불가능하거나 갑상선암처럼 치명적이지 않은 암은 검진의 이득이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윤 교수는 “암 검진에서 PET을 이용하면 해상도의 한계로 인해 1cm 미만 종양의 경우 발견이 어렵고, 점막에 국한된 위암이나 식도암은 염증과 구별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 교수는 PET/CT의 방사선 피폭량이 다른 검사장비보다 매우 높아 암 발생 위험까지 있다고 경고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각종 검사장비의 효과적인 방사선 피폭량(mSv)은 Chest x-ray PA가 0.01, Adult abdominal CT가 10인데 반해 PET/CT는 20으로 매우 높다.
윤 교수는 “선별검사로 사용이 증가하면 방사선 관련 암발생 위험이 공중 보건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전신 PET 검사는 암 검진을 위한 매력적인 검사로 역할이 기대되지만 검사로 발견된 암의 빈도에 대한 자료만으로 기존의 특정암 검사의 가치가 인정된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암의 선별검사로서 민감도와 특이도를 더욱 높이고 방사선 피폭을 줄여 안전하게 검사받을 수 있도록 장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훈병원 정영진(가정의학과) 과장은 건강검진 항목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정영진 과장은 “현재의 1차, 2차 검진은 가끔 근거없이 과학적 진실로, 혹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강변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별검사의 효능에 문제가 되는 항목으로 1차 검진에서는 소변검사 중 요당, 요단백, 요잠혈 및 요 pH를, 혈액검사에서는 헤모그로빈, GGT, 심전도 등을 꼽았다.
예를 들어 단백뇨검사는 말기신장질환을 진단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빈혈 진단은 진단되지 않고 숨겨져 있는 암 등 빈혈을 일으키는 질환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빈혈검사가 이러한 질병을 발견하는 효과적인 선별검사라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심전도 또한 이상이 있는 사람 중 3~15%에서만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하며, 관상동맥질환은 심전도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정영진 과장의 설명이다.
이어 정 과장은 “흉부방사선 촬영상 결핵이 의심될 때 확진을 위해 도말검사 및 균배양, 약제감수성검사까지 시행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선별검사의 효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검진실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적절한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선별검사를 통해 질병을 일찍 발견하는 것이 단지 환자가 질병에 걸린 사실을 알려만 줄 뿐이며,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혈뇨나 단백뇨가 비뇨기계 악성종양의 첫 징후가 될 수 있지만 선별검사가 사망률을 낮춘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영국이나 미국, 캐나다처럼 선별검사와 관련된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검진항목을 비롯한 여러가지 건강검진과 관련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조직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공단 일산병원 이상현(가정의학과) 과장은 치매 선별검사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장은 “1차의료에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믿을 만한 선별검사가 없다”면서 “정부가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국가 치매검진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학계에서는 이런 치매 선별검사를 통해 연구데이터를 축적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 “가정의학과, 내과, 정신과, 신경과 등이 역할분담을 해 꾸준히 추적, 감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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