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의 공론의 장인 플라자에서는 영리법인의 도입과 관련 토론이 있었다. 영리법인의 도입을 반대하는 회원이 제시한 논거 중에 미국 내 만성콩팥병 환자를 치료하는 혈액투석의 질이 비영리기관에 비하여 영리기관에서 열악하다는 논문이 있었다.
영리투석기관에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들에서 비영리투석기관에서 보다 사망률이 20%나 높고 신장이식대기자 비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영리투석기관에서는 의료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인력을 줄이고 투석에 소모되는 물품을 재사용하는 등 비용절감을 기도하며, 투석환자를 지속적으로 확보하여 안정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하여 신장이식의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동 눈문은 10년 전에 발표된 것으로 1990년대 중반의 상황을 조사한 것이며, 제한된 표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결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저자들의 설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00년 들어 미국에서는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환자에 대한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보건의료재정청(Center for Medicar and Medicaid Services, CMS)이 중심이 되어 미국내 만성콩팥병환자를 치료하는 혈액투석기관에 대한 다양한 질평가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평가결과에 따라 투석시설에 대한 규제와 인증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평가결과를 공개하여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관을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평가결과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치료비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지만,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가감지급시범사업을 통하여 혈액투석시설의 질향상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만성콩팥병 유병율은 대만, 미국 그리고 일본과 같은 나라보다는 현저하게 낮지만, 최근 들어 만성콩팥병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추세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만성콩팥병환자는 2007년 5만명을 넘어섰고 2008년에 만성콩팥병을 치료하는데 소요된 건강보험재정이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콩팥병환자의 사망률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15배 정도 높으며, 만성콩팥병 환자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일본의 경우에도 6배나 높다. 혈액투석환자의 생존율은 해가 갈수록 급속하게 떨어지는데, 투석을 시작하고 7년이 지나면 절반에 가까운 55%에 불과하다. 특히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질환인 당뇨나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 열명 가운데 3명이 살아남기 어렵다. 투석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은 심혈관장애나 감염에 의한 경우가 많다.
환자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투석을 받아야 신체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이 크다. 따라서 꾸준히 투석을 받아야 하고,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함에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투석환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투석기관과 투석기 역시 충분하게 늘고 있다. 1988년 3.7명의 환자가 투석기 1대를 이용했지만, 2007년에는 2.2명이 1대를 이용하고 있어 가용 투석기 현황은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다. 혈액투석기관이 늘어나고 투석기도 많아지는 등 투석시설은 확충되고 있지만 혈액투석분야의 진료의 질이 취약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표준화된 진료지침이 없으며, 과소진료가 이루어지고 있고, 환자 삶의 질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이다.
2004년 내과에서 그리고 2006년에는 소아과에서 혈액투석 분야의 세부전문의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전문인력에 관한 문제는 멀지 않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열린 신장학회에서는 일부 의료기관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심지어는 금품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는 등 비윤리적이고 현행 의료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문제제기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앞에 미국의 사례를 든 것처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제반사항을 배경으로 하여 2009년에 혈액투석의 적정성 평가를 시행하게 되었다. 평가를 통하여 현황을 파악하고 평가결과를 공개함으로써 환자들이 투석기관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년도 혈액투석의 적정성평가에는 구조부문에서 7가지, 과정부문에서 4가지 그리고 결과부문에서 7가지의 평가지표를 대상으로 조사하게 될 것이다. 구조부문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특히 혈액투석에 대한 전문적 경험을 갖춘 인력과 장비 그리고 시설에 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다. 과정과 결과부문에서는 혈액투석을 적절하게 실시하고 있는지, 투석에 필요한 환자의 혈관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환자의 건강상태는 정기적으로 적절하게 확인되고, 빈혈과 혈압 그리고 영양상태는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을 점검하여 투석시설의 운용 전반에 걸쳐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각급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료의 질을 평가하겠다고 하면 평가결과에 따라 일부 의료기관이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평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가를 통하여 얻은 결과를 해당 의료기관에 환류하여 의료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데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없어 막연해 하는 환자들에게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평가의 중요한 목표가 된다.
200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하는 혈액투석적정성 평가를 통하여 혈액투석에 의지하여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만성신장병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결과가 얻어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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