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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조계, 입증책임 전환 반대 한 목소리

이창진
발행날짜: 2009-06-01 19:49:09

최영희 의원 발의안에 "무조건 의사책임 안될 말"

야당의원이 발의한 의료사고 관련 법률안에 대해 의료계와 법조계가 조항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의학한림원(회장 유승흠) 주최로 1일 오후 연세의료원 종합관에서 열린 ‘의료분쟁 해결의 법·제도적 고찰’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 내용 중 입증책임 전환 조항은 의료인과 환자의 불신만 키울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지난달 22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중심으로 쟁점사항별 토의로 진행됐다.

먼저, 의협 박형욱 법제이사는 “법안에 포함된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조항은 다른 나라에 입법례가 없는 사항”이라면서 “의사가 아무런 과실도 없이 몇 억원의 책임을 지게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불균형적”이라며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법제이사는 “제조물책임법 또는 자동차손배배상보장법이 입증책임을 전환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의료분쟁도 입증책임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은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입법례를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병협 정효성 법제이사도 “불가항력적 원인으로 인한 의료분쟁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고 전하고 “이미 법안에 나온 조정의 의미는 의사와 환자 양측의 의견을 듣고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의미한다”며 의료분쟁 법안의 기존 취지가 후퇴했음을 시사했다.

법조계 대표로 참석한 변호사협회 또한 입증책임 전환 조항의 문제점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변협 서석호 법제이사는 “의료사고 원인이 단순히 의사가 아니라 약사, 간호사, 약, 제약사 등 다양하며 이미 법률적 판례도 있다”면서 “입증책임을 전환하면 오히려 부당한 경우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입증책임 전환의 불필요성을 역설했다.

최영희 의원실 김현진 비서관은 “시민단체 의견이 배제된 토론자 명단을 보고 융단폭력 맞을 것을 예상했다”고 말하고 “다음주 발의 예정인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법안(의료분쟁조정 및 피해구제법)은 의료계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내용으로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며 법안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주제발표자인 연세의대 손명세 교수는 종합토의에서 “최영희 의원실의 입장은 이해하나 연구 및 자료구축 환경이 미진한 현 상황에서 수용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의료분쟁법안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만큼 자료축적을 기반으로 8년 후 조항을 추가하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법안을 두고 또 다시 갈등한다면 피해자끼리 할퀴고 뜯고 더 피를 흘려야 하나 하는 우려감이 든다”고 언급하고 “오늘 토론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로 서로 아픔을 보듬고 나가야 할 때”라며 해묵은 숙제인 의료분쟁 관련 법안의 조속한 입법화를 주문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예정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노흥인 과장은 개인사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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