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세부전문의제도에 강력한 조치를 천명해 온 의학회가 경고성 발언으로 일관해온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학회(회장 김성덕)가 최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 ‘세부전문과목 실태조사 및 세부전문의제도 개선방안’ 등 3개 과제를 제출하고 외부용역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과제는 의학회의 승인이 없는 상당수 학회들의 인정의 배출 등 유사 세부전문의 남발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마련 차원에서 제출됐다.
의학회 세부전문의제도 신양식 인증위원장(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학회별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제도권 밖의 타당한 제도를 끌어들일지를 판단하기 위해 연구를 요청했다”면서 “인증 문제에 대한 개선논의는 있었으나 정책수립을 할 만한 근거자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수 년 전부터 춘·추계 학술대회마다 유사 세부전문의제도 학회들을 경고해온 의학회가 그동안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셈이다.
김성덕 회장은 지난 3월 의학회장에 취임하면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세부전문의제도의 바람직한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유사 전문의 및 유사학술단체의 난립과 혼란을 막기 위해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에만 유방암학회의 ‘유방인정의’와 자연치료의학회의 ‘자연치료 인증전문의’ 등이 첫 배출됐고, 대장항문학회와 외상학회도 인정의 시행 후 세부전문의 추진을 강력히 표방하고 나서 유사 세부전문의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의학회가 주창해온 강력한 조치는 무슨 의미일까.
신양식 위원장은 “솔직히 강력한 조치에 별거 없다”며 “의학회가 학회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조치가 없지 않느냐”며 그동안의 발언이 엄포에 불과함을 내비쳤다.
신양식 위원장 "학회들 제재할 법적조치 없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의학회의 연구과제 요청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구소 한 간부는 “의학회 자체적으로 조사하면 연구도 수월하고 빠를 텐데 왜 의협에 부탁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과제심의가 진행 중인 만큼 연구기간과 예산 규모는 모르겠지만 의학회 예산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우회적인 의협 예산 요청을 꼬집었다.
의학회의 올 한해 예산 15억여원 중 회비는 1억 4200만원에 머물고 있으나 의료계 보조금의 경우, 의협 6억 8000만원과 서울시의사회 2500만원, 병협 4500만원 등으로 전체 예산의 절반 수준인 7억원을 상회했다.
이중 전문의제도 관련 지출예산(1200만원)은 △세부전문의 제도인증위원회 운영(500만원) △세부전문의 제도 인증(400만원) △전문의제도 운영개선(300만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도인증 시행 및 운영실태 조사’는 사업 항목에는 있으나 별도의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
김성덕 회장은 “학회들에 대한 제재보다 질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정책연구소의 연구심의가 통과되면 무분별한 세부전문의제도의 대안까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의협 용역사업 채택에 높은 기대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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