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서울대병원의 원외처방약제비소송에 대해 사실상 병원 패소 판결을 선고한 것은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다른 유사 소송도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외법률사무소 현두륜 변호사는 23일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회장 김태웅)가 주최한 제16차 병원행정 종합학술대회에서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의 전개와 향후 방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대외법률사무소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이원석 원장을 포함해 40여개 병의원에서 제기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소송을 진행중이다.
현 변호사는 이날 강연에서 공단이 서울대병원으로부터 환수한 원외처방약제비 41억여원 가운데 18만원만 환수 취소한다는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현 변호사는 “요양급여기준은 급여비를 심사하거나 환수처분하는 것과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민사소송에서 의사의 약 처방 행위가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요양급여기준의 강행법규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것이다.
현 변호사는 “공단은 언제, 어느 환자의 약 처방이, 어떤 급여기준을 위반했고, 그로 인한 손해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심평원이 제출한 각 환자별 환수금액만 제시했을 뿐”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처럼 공단이 손해를 입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법이 그에 대한 증거조사나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5가지 약 처방 사례를 제외한 모든 청구건을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한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현 변호사의 견해다.
또 현 변호사는 “공단이 서울대병원으로부터 환수한 약제비 41억원 중에는 환자 본인부담금 9억원이 포함돼 있다”면서 “환자가 그 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면 몰라도 공단이 불법행위를 주장하며 환자 본인부담금까지 상계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현 변호사는 “서울고법 판결로 인해 다른 재판도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고법은 서울대병원 약제비 소송에서 공단의 환수처분 중 5건의 원외처방(18만원)의 경우 비록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의학적 정당성이 있다며 환수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현 변호사는 “이는 병원에 유리한 판결이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공단이 환수한 원외처방 개별 건별로 병원이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서울대병원이 20만건, 세브란스병원이 10만건에 달한다”면서 “일일이 입증하면 병원 행정업무가 마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병원 항소심 판결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다”면서 “이에 따라 다른 재판부는 심리방식과 개별 쟁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석 원장 항소심이나 세브란스병원사건에서는 서울대병원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고, 이는 서울대병원 상고심 재판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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