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 수가 인하를 둘러싼 병리과의 반발이 의료계 전체의 문제로 급속히 인식되고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중립 원칙에 대한 의료계의 쌓인 불만이 병리수가 인하를 계기로 폭발하는 분위기다.
병리과 전문의, 전공의들은 8일 정부의 수가 인하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일중)는 10일 병리 수가 인하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개협은 성명서에서 “병리 수가 인하, 분만수가 인상, 차등수가제 논란, 안과 DRG수가 인하 등 최근 일련의 사태의 근본은 건강보험 재정 중립이라는 틀에 묶인 정책 혼선에 기인한다”고 못 박았다.
또 대개협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어디를 올려주면 다른 어딘가에서 빼야 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재정정책은 의료서비스의 혼선을 야기하고, 병원과 의원, 과별 이기주의와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이날 병리과 전공의 파업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산부인과 수가를 인상하는 대신 병리과, 안과 수가를 인하하기로 결정한 것은 진료과별 갈등을 획책하는 비열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는 국민 건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또 다른 산부인과는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2일 열리는 제10차 회의에서도 병리검사 수가 인하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협, 전공의협의회 역시 이미 일제히 병리 수가 인하에 반대하는 병리학회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 상태다.
의료계가 일개 과 수가 인하에 대해 이처럼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11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중립 원칙을 고수한 결과 한 과의 수가를 올리면 다른 과 수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계가 병리 수가 인하에 반대하는 병리학회를 지켜보면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산부인과 수가를 인상하면서 안과 DRG, 병리검사 수가를 인하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연내 CT, MRI, PET 수가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자 의료계의 피해의식이 급속 확산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병리과 전공의들이 파업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의료계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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