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해의 아침은 늘 희망차게 마련입니다만, 올해는 어쩐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의료계의 현실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듯해서입니다. 또, 그런 현실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매년 그래왔지만 특히 올해엔 크나큰 도전이 우리 앞에 닥쳐올 전망입니다. 총액계약제와 성분명 처방을 제도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그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애드벌룬 띄우기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미구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가입자단체 등에서 총액계약제 논의의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은 급증하는 보험 재정 때문입니다. 수가 총량을 억제하지 않고는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의 산물이라는 말입니다. 성분명 처방도 최선의 진료를 하고자 하는 의사를 옥죄어 국민에게 값 싼 약만을 강요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국민건강보험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들을 통제하고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결국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말씀드리지만, 총액계약제와 성분명 처방은 불가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를 저지하고야 말 것입니다. 저는 의사에게 족쇄를 채우고 의사의 고유영역이자 권한을 침해하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줄 것입니다.
올해 도전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전은 늘 기회와 함께 오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기회를 희망으로 만드느냐, 놓쳐버리고 마느냐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비록 지금의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래도 새 아침은 밝았고, 희망이 붉게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이 아침 우리는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작년 말, 그야말로 희망을 갖게 해줄 기쁜 소식 하나가 전해져왔습니다. 정하균 의원이 임의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는 게 그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의 법리적 미비에서 비롯되는 임의비급여 문제는 시급히 해결책을 찾아야 할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정부는 그간 아예 문제의식조차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누구보다도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봉쇄당하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 의원의 입법발의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입법발의가 곧 국회 통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공론의 장이 열리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작년에 의정간 집중적으로 논의했던 1차의료 활성화 방안 및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방안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개원가의 경영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나아가 종별 의료기관이 저마다 그 특성에 맞는 역할과 기능을 함으로써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의료계의 숙원인 의료분쟁조정법의 국회 통과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를 거쳐 현재 법사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입니다만, 올해엔 반드시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백방으로 뛸 작정입니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의료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리라 기대합니다.
원격의료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나 건강관리서비스 법안, 그리고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의 저지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의협의 노력으로 이들 법안이 지금까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지만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 간과하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저는 지난 해 말 전국을 돌며 회원과의 대화를 가진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회원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이고,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들었습니다. 회원들의 마음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회원들의 구구절절한 소리를 들음으로써 새삼 결의를 다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회원들과의 대화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회원 여러분과 기탄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가급적 자주 마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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