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의사가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는 줄 모르고 면허증을 빌려준 의사가 1억여원 환수 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의사인 최모 씨가 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 씨는 2003년 8월경 후배 의사인 정모 씨가 채무관계 때문에 자신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며 면허를 빌려달라고 요청하자 매월 300만원을 받되 진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면허증을 대여했다.
최 씨는 그로부터 몇 달후 면허를 대여해 준 의원의 실제 운영자가 비의료인이라는 것과 정 씨가 사직한다는 사실을 알고 개설자 명의 변경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 사건 의원의 실질적 운영자인 비의료인은 몇일 뒤 개설자 명의를 다른 의사로 변경했다.
이 사건 사무장은 2002년부터 최 씨를 포함한 4명의 의사로부터 순차적으로 명의를 빌려 의원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사무장의원에 면허를 빌려준 사실이 적발돼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5백만원이 확정됐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자 공단은 2010년 4월 최 씨가 면허대여 기간 1억여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의사인 정 씨가 원고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했을 뿐 본인 명의로 의료행위와 그에 수반되는 행위를 해 의료법상 면허증 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 최 씨는 "건강보험법 상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환수 처분을 해야 하고, 사무장이나 정 씨가 의원을 실질적으로 개설해 이득을 취했지만 본인은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사실이 없고, 비용 청구에 관여하지 않아 처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정 씨에게 면허증을 대여한 것으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면허 대여료만 받고 정 씨가 마치 원고인 것처럼 의료행위를 한 것은 의료법에서 금하는 면허증 대여에 해당한다"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2005년 7월 "면허증을 대여한 후 자신이 해당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할 의사가 있어 그렇게 했고, 또 실제로 의료행위를 계속 했으며, 무자격자가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면허를 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의원을 자신 명의로 개설하고, 원고의 명의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점 등에 비춰보면 건강보험법 상 이 사건 처분 대상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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