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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비급여 불법 간주하면 안된다

송우철
발행날짜: 2011-04-04 11:28:48

송우철 전 의사협회 기획이사

#COLUMN#
경제학 용어 중에 ‘Cream-Skimming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원유(原乳) 중에서 맛이 좋은 크림만 걷어낸다는 뜻인데, 경제학적으로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 기업성만 강조할 때, 수요가 높은 지역만 사업 대상으로 하거나, 혹은 고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사업에만 치중하려는 경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떤 영역에서 공기업에게 타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권을 주는 이유는 보편적 서비스의 의무(the mandate for universal service)를 지우기 위해서라는 것을 감안할 때 Cream-Skimming 현상은 바람직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 영역의 경우, 의료기관 개설의 독점권을 비영리의료법인과 의사에게만 주는 대신 Cream-Skimming 현상을 막고,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강제하기 위한 장치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당연지정제는 공급자와 보험자 즉,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에 불평등한 관계를 야기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수요독점자 지위를 가지고 있는 보험자는 배타적인 협상력을 이용하여 매년 수가 인상률을 낮은 수준으로만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수가협상에서 우월적 협상력을 남용하고 과도하게 공급자를 규제하여 보험 재정의 안정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문제는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이득과 사회적 편익이 공급자의 선택권 내지는 희생보다 크다는 사회적 판단 하에 줄곧 정당화되어 왔다.

그런데 낮은 수가와 수가에 대한 통제보다 더 큰 또 다른 문제는 현행과 같은 지불제도 즉, 상대가치점수 하의 행위별 수가제 및 단일보험자의 단일수가체계는 의료서비스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치점수가 고정되어 행위에 대한 가격이 하나뿐이라면, 그 어떤 공급자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 또 이 제도는 모든 의료서비스행위는 동일하며 질 또한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설계된 것이므로, 갓 면허를 취득한 의사나 수십 년의 경력과 고도화된 수준을 가진 의사나 같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상대가치점수를 정할 때, 의사의 업무량, 위험도 등, 이 외에 해당 의료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가 가치 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 구조의 시장 원칙을 정확하게 반(反)하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행 국민건강보험의 수가체계가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만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단일 수가체계와 행위별 수가제도는 보편적 의료서비스 공급에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의료 공급자들의 선의의 경쟁을 제한할 수밖에 없어 결국 의료서비스의 발전에 저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이런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를테면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에 대한 지원이 격감하고 있고, 분만을 담당해야 할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으며, 응급센터나 중환자실 설치 등을 회피하는 Cream-Skimming 현상이 유발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게다가 이 모든 문제는 의료 공급자의 문제라기보다는 결국은 의료소비자들의 문제가 귀착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지금도 이런 문제를 보정하기 위해서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의 차등화와 선택진료비, 병실료 차액 등 이른바 비급여가 부여되는데, 이 역시 강력하게 통제되며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임의비급여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보험자는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만 사로 잡혀 일종의 사인(私人)간의 계약으로 볼 수 있는 임의비급여마저도 통제하고 있다.

임의비급여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판단력을 무시하고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의료공급자에게는 의료서비스 개선의 유인 요소를 없애는 일이다. 한쪽에서는 의료산업화를 부르짖으며 다른 쪽에서는 선택 의료에 발전을 억제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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