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의료계와 시민단체 및 공익단체, 관련부처 26명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미래위원회’를 발족했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건강보험과 의료자원 등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위원회를 바라보는 보건의료계의 시각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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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허울뿐인 위원회 재연되나 <하>합의로 포장된 건보 압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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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이후 10년간 지탱해 온 보건의료제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2010년말 기준 건강보험 재정 당기적자가 1.3조원이 발생했다.
건강보험 적립금 추계인 2009년 2.2조원, 2010년 0.9조원, 2011년(전망치) 0.4조원에 비춰볼 때 1조원 가량의 재정불균형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미래위원회(이하 미래위원회) 카드를 꺼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수가 정책으로 일관된 단기 처방으로는 건강보험체계를 더이상 지탱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내재되어 있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의약분업 직후 급속도로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 극복 차원에서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02년)이 제정되어 호전되자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와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2007년 또 다시 악화됐다.
건강보험 재정위기 세번째…강경책과 땜질처방 일관
당시 복지부는 식대와 6세 미만 아동의 보장성 확대 계획을 수정했으며 외래소액진료비 정액제 폐지라는 강경책과 땜질식 처방을 병행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또 다시 불거진 현 재정위기까지 세번째 고비를 맞이한 셈이다.
미래위원회의 7개 논의 과제 중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가 우선 순위에 배치된 이유이다.
복지부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도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라고 전하고 “가산제도 조정은 빨리 논의하고 중장기적으로 포괄수가제와 총액예산제 등도 미래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칫, 공급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통제 일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인천시의사회 김남호 회장은 “의료계만 압박하는 위원회로 전락할 것이 걱정된다”면서 “재정적 파이는 정해놓고 영상검사 수가인하와 리베이트 수사 확대 등 한쪽에만 치우친 정책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도 “지출 효율화는 곧 행위별수가제를 신포괄수가제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며 “재정위기도 있지만 정치권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만든 것이 미래위원회”라고 꼬집었다.
복지부도 공급자에 치중된 가격통제의 한계를 자인하고 있다.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지출 절감과 더불어 추가적인 비용 부담 등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의료제도 지속성 위한 논의 불가피”
복지부 성창현 팀장(미래위원회 TF)은 “국가와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와 보장성, 의료 질 문제를 내놓고 논의하자는 것이 미래위원회의 취지”라면서 “보건의료제도의 지속성을 위해 큰 범위에서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보장성 확대의 이면에 가려진 보험료율 인상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이미 불붙은 내년도 총선과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국민 부담을 전제한 합의 도출이 가능하겠냐는 점이다.
“선거 임박 보험료 인상 의문…복지부 불신 이유 있어”
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은 “적정부담과 적정진료, 적정수가의 근본적 문제는 외면한채 의료계만 쥐어짜는 형태로 간다면 안된다”면서 “복지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지 못하는 의사들의 정서에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 장현재 의무이사도 “선거가 임박한 상태에서 상식적으로 보험료 인상이 쉽겠느냐”며 “정부의 투자 없이 의료계만 압박하는 논의가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박사는 “경증질환 약값 인상이 예정된 상태에서 보험료 인상까지 더해진다면 국민이 느끼는 체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하지만 고통분담 없이는 재정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과 공급자, 보험자 모두가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한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한다는 미래위원회에 거는 기대보다 우려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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