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가 제약업계에 가져다 준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제도가 시행된지 반년이 흘렀지만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답은 커녕 갈피조차 잡지 못했고, 이에 따른 방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 쌍벌제 이후 많은 제약업체들은 그간 해왔던 관행들이 막히면서 어떤 영업을 해야할지 갈팡질팡했고, 급기야 잠정적으로 영업 활동을 접는 곳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이런 현상은 국내 제약사에게 도드라졌다.
업계의 실적 악화 우려감은 어느새 현실이 됐다.
가장 최근인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빅5 제약사(매출액 기준)들의 성적표는 약속이나 한듯 모두 부진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액과 영업이익 부문의 소폭 증가는 그나마 다행일 정도였다. 역성장한 곳도 절반에 달했다. 45년간 업계 1위를 달려온 동아제약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약업계가 의약분업 이후 수년간 두 자릿수 성장 등 고공 비행을 했던 점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실적 부진 현상이 지속되자, 청바지 영업 등 기현상도 발생했다.
의사와 영업사원 만남 자체를 리베이트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탓에 생겨난 고육지책이 이제는 하나의 일반적 현상으로 자리잡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야말로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이런 상황 속에 이직과 퇴사를 결심한 제약사 직원도 크게 늘었다. 실제 모 제약사는 현재 영업 한 라인이 통째로 빈 상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리베이트 조사를 우려한 나머지 지역 영업소를 잠정적으로 폐쇄한 곳도 나타났다. 일부 업체들은 실적 부진 위기감 속에 리베이트 영업 활동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 영업본부장은 "리베이트 규제로 영업 환경이 크게 변했다. 업계에 종사한지 15년 가까이 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리베이트 단속도 좋지만 과연 이렇게 옥죄는 것이 맞는가 싶다. 너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면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근 신종 불법 행위가 슬금슬금 생기는 이유"라고 우려했다.
"위기를 기회로…학술마케팅 등 변화 모색"
물론 모든 제약업체가 리베이트 규제에 두손 두발 들고 한숨만 쉬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새 마케팅 방식을 도입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학술마케팅, 사회공헌활동 등 전환의 발상이 그것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작년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비뇨기과 분야에서 전문의 대상 정기 학술 행사를 개최했다. 앞으로도 의약 전문가들에게 최신 의학 트렌드를 제공하는 다각적 학술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선한 마케팅 방식은 현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수년전부터 학술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한올바이오파마가 대표적 예다.
이 회사 영업사원은 "쌍벌제 이후로 냉랭해진 제약 영업현장에서 학술마케팅은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을 만날 때 보다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됐다"고 말했다.
사회공헌활동으로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도 최근 인기다.
한 업계 사장은 "사회공헌활동으로 기업 인지도가 높아져 약 처방이 많이 나온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느냐"며 "솔직히 이런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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