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여 동안 만성골반통 분야 연구에 전념하면서 황무지를 개척해 온 강동경희대병원 허주엽 교수가 대한만성골반통학회 초대 회장에 올랐다.
허주엽 회장
대한만성골반통학회는 3일 서울에서 제1차 학술대회 및 연수강좌를 열었다.
만성골반통학회 허주엽 초대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08년 만성골반통연구회를 발족, 용어 정리, 진단 및 치료 표준화를 해 왔다"면서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여러 교수들과 뜻을 모아 학회를 창립한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골반통은 골반 부위에 심각한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으로, 여성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진료지침이 없어 몇 년 동안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하고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심각하게는 우울증까지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국내에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외국에서는 전체 여성의 3.8%가 이 병을 앓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산부인과 외래환자의 10~2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만성골반통은 ▲자궁내막증, 골반염 등 산부인과적 원인 ▲대장염 등 비산부인과적 원인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과적 원인 등에 의해 발생한다.
가장 큰 원인은 자궁내막증과 골반울혈증후군이다.
허 회장은 "이처럼 만성골반통은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병력을 자세히 듣는 게 중요하다"면서 "어떻게 아픈지, 음식과 생활습관은 어떤지, 가족관계는 원만한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허 원장은 초진환자가 오면 1시간 이상 상담하기로 유명하다. 오후 10시까지 진료하는 것도 다반사다.
허 원장이 외래 진료하는 월, 수, 금요일에는 강동경희대병원 문전약국들도 오후 11시가 지나야 문을 닫는다.
문진을 통해 혈액 소변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MRI 검사, 혈관조영술 등을 시행하고, 원인에 따라 신경절단술, 약물요법, 난소정맥색전술, 자궁적출술 등을 한다.
골반유착이 원인이면 붙었던 부위를 떼어주는 수술을 하고, 대부분의 만성골반통 환자는 불안, 우울증 등을 동반함에 따라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한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만성골반통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며, 산부인과 영역에서도 미개척 분야다.
그러다보니 허 교수는 주위 의사들로부터 오해도 많이 받았다.
만성골반통 연구가 전무했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동네 의사로부터 "교과서에도 없는 병을 만들어 진료하느냐"는 비난까지 받았다.
허 교수는 "만성골반통의 원인을 규명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산부인과 뿐만 아니라 내과, 외과, 정신과, 비뇨기과, 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의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허 교수는 "표준 치료지침 개발,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연구 투자가 절실하다"면서 "앞으로 연구재단을 만들어 후학들을 육성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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