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닥터 정혜진 원장|
"적자를 무릅쓰고 하루 15명 정도의 환자만 보고 있습니다.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 입니다."
의사들은 지금과 같은 저수가 환경에서는 환자를 박리다매 형식으로 진료하지 않는 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가 시스템이 환자와 의사 관계를 기계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제너럴 닥터의 정혜진(좌), 김형주(우) 원장. 카페 분위기의 의원에서 편한 복장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반면 하루에 20명만 진료하는 '제너럴 닥터'와 같은 의료기관도 있다.
"카페가 주 수입원, 의원은 부업될 판"
제너럴 닥터 정혜진 원장은 하루 20명 진료를 고집한다. 아예 의원 홈페이지에 20명 이상은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못박아 놨다.
원장 3명이 공동 운영하는 이 곳은 어떻게 운영될까.
정혜진 원장은 "적자는 당연하다"고 담담히 말했다.
"환자 한명당 진료 시간이 30분 정도 되기 때문에 20명 이상 진료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적자죠. 의원 한편에 마련된 카페에서 생긴 수익으로 적자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제너럴 닥터는 카페 수입이 의원보다 많은 구조다. 이쯤되면 '의원'보다는 '카페'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사실상 의원이 부업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0명 진료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저수가 환경에서 환자를 '사람'으로 대하며 진료하기란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렇다고 제가 생각하는 의사로서의 소명이나 직업에서 얻는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를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제너럴 닥터입니다."
의료생협, 이들이 찾은 대안
제너럴 닥터는 외형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2007년 단층으로 오픈한 의원은 현재 2층 규모로 확장, 카페를 별도층에서 운영할 정도가 됐다. 어느 정도 의원을 운영할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그런데도 제너럴 닥터는 굳이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벌써 발기인 대회까지 마치고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의료생협 전환을 고집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 입니다. 모든 의사한테 카페를 운영해 손실을 보전하며 진료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습니까."
카페 수입을 통한 수가 보전이 아니라, 이젠 의료 서비스를 기반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을 찾아보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주치의제를 근간으로 하는 의료생협은 조합원들의 지속적인 이용과 참여로 의원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정 원장의 판단이다.
즉 수입을 포기해서라도 의료생협을 통해 환자와 의사의 '라포르'를 지속적으로 쌓아가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언젠간 국내의 수가도 개선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가 찾은 대안을 통해 의사와 환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한림대 성심병원 김이수 교수|
한림대 성심병원 김이수(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평소 밤 9~10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수술을 하는 화, 수, 금요일은 특히 그렇다.
그는 대개 오후 6~7시 경 수술을 마치면 어김 없이 환자나 보호자를 만나기 위해 병실로 향한다. 수술 결과를 설명하고, 주의사항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성심병원 김이수 교수
김 교수는 "수술을 받은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설명을 듣고 싶겠냐"면서 "이왕이면 집도의가 하는 게 더 안심할 수 있고, 신뢰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도 환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춘다고 한다. 수술 당일 스케줄이 빡빡해도 환자가 원하면 밤을 새는 한이 있어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환자 사정상 평일은 곤란하다고 해서 토요일 수술한 적도 꽤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2004년 환우회도 만들었다.
그는 "미국 엠디 앤더슨 연수를 마치고 2002년 귀국해 보니까 수술하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그래서 '들뫼꽃'이라는 환우회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우회 모임에서 수술후 운동요법, 식사요법 등을 교육하고,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있다. 그는 "치료는 의사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환자와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꾸준히 환우회 활동을 하면서 어느덧 회원이 4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김 교수가 안타까워하는 것 중의 하나는 암으로 진단받으면 환자 상당수가 무조건 서울의 빅4로 떠난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에도 좋은 병원이 얼마든지 많고, 빅4와 비교해 결코 수술 성적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물론 환자들이 빅4를 선호하는 것은 대형병원들의 수술실적 경쟁도 한 몫 했지만 언론이 이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빅4에 집중되면 의료체계가 왜곡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고, 의사들 역시 혹사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래서 김 교수는 환자들이 서울로 가지 않고 성심병원을 믿어준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 교수가 환자 중심의 진료를 하고, 설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그는 "진료는 믿음이다.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걸 잘 설명해 주고, 해결해 주고, 이렇게 해서 믿음을 주는 것, 그게 라포르"라고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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