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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열번 찍어도 안넘어간 강직한 '의사들'

안창욱
발행날짜: 2011-11-26 09:14:55

무려 31개 보험 들어 수술·진단서 요구…속은 의사도 벌금형

16개 보험사에 무려 31개의 보험에 가입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받으면서 거액의 보험금 사기행각을 벌인 가짜환자에게 중형이 내려졌고, 여기에 속은 의사도 8백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가짜환자의 집요한 수술 요구를 거절한 의사들도 적지않아 귀감이 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불필요한 수술을 받아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한 K씨에게 징역 3년 6월 중형을 선고했다. 또한 K씨에게 속아 허위 장애진단서를 발급해 준 의사 Y씨에 대해서는 벌금 8백만원에 처했다.

K씨는 2000년 포터화물차 조수석에 승차해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104일 동안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 등으로 입원, 통원치료를 받고 3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았다.

이 때부터 그는 보험사기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허리디스크는 누구나 쉽게 앓을 수 있는 질병이지만 입원치료를 받으면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고, 별다른 신체 장애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K씨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16개 보험사에 31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먼저 그는 2005년 6월 D병원을 찾아가 빗길에 육교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허리, 엉덩이, 다리가 저린다며 입원한 후 수술을 요구했다.

담당 의사는 MRI 촬영 결과 추간판 탈출증이 발견되지 않자 두차례에 걸쳐 퇴원을 요구했지만 두통, 요통, 다리저림 증상을 호소하면서 50일간 통증치료를 받았다.

그는 D병원이 수술해 주지 않자 퇴원한 후 곧바로 A병원에 내원해 의사 P씨에게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의사 P씨 역시 K씨가 수술을 요구했지만 추간판 조영술, CT 및 MRI 촬영 결과를 토대로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퇴원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K씨는 인공디스크 삽입 수술을 요구했다.

반면 의사는 6개월간 보존적 치료를 해 보고 수술하자고 설득했고, 그는 이번에도 실패하자 결국 병원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06년 1월 다시 의사 P씨를 찾아가 눈길에 미끄러져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며 인공디스크 삽입수술을 요구했고, 결국 수술을 받았다.

K씨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인공디스크 나사를 박는 재수술을 요구했지만 P씨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4개월 간 통증치료만 받았다.

K씨는 통증치료를 받는 동안 장해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 인공 디스크 삽입후 허리와 다리 부위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P씨는 K씨가 장해진단서 발급을 요구하자 평소 그의 행동을 유심히 보아온 터라 발급해 줬다.

K씨는 장해진단서를 보험사에 제출해 9개 1억 2358만원을 챙겼다.

그의 사기행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일부 보험사가 정해등급을 5급으로 밖에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금을 감액하자 4급 장해진단을 받기 위해 2006년 10월 119구급차를 타고 가 의사 P씨에게 진료를 받았다.

그는 재차 인공디스크 나사못 고정술을 해 달라고 요청하자 P씨는 MRI 및 CT 판결 소견을 토대로 또다시 거절했다.

결국 그는 한달간 통증치료만 받다가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B신경외과에서 4급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는 2007년 3월 B신경외과에 입원해 같은 증상을 호소했고, 의사 Y씨는 인공디스크 나사못 고정술을 시행한 후 환자의 요구에 따라 4급 장해진단서를 발급해 줬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총 2억 3289만원의 보험금을 가로챘다.

그의 사기행각은 갈수록 더 대범해졌다.

그는 2급 장해판정을 받으면 4급보다 10배 이상 많은 장해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또다시 구급차를 타고 Y씨를 찾아가 허지마비와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Y씨가 종합병원의 신경검사를 요구하자 C대학병원에 입원했다.

C대학병원 S교수는 각종 검사 결과 중추신경계 손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는 한달여간 통증치료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재차 찾아간 곳은 의사 Y씨. 그는 2007년 8월부터 2008년 8월까지 B신경외과 1인실에 입원해 있으면서 Y씨에게 2급 장해진단서를 요구했다.

Y씨는 K씨가 1인실에 입원해 있으면서 별다른 치료도 받지 않고 고액의 병원비를 지급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대가로 2급 장해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실수를 범했다.

K씨는 장해진단서를 첨부해 총 26억 9700만원에 달하는 장해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는 2개 보험사로부터 총 3천여만원을 받아냈지만 나머지 11개 보험사가 2급 장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절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그는 사기 미수로 끝나자 인공디스크 나사못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운동장애 최상급인 3급 장해진단을 받아 장해보험금을 청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B신경외과를 퇴원하자마자 D대 척추센터 의료진을 설득해 나사못 제거수술을 받고, 3급 후유장해진단서를 받아냈다.

허리나 하지 부위가 전혀 아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봐 온 의료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는 5개 보험사에 6억 8741만원을 청구했지만 모두 거절해 뜻을 이루지 못했고, 그의 사기행각도 여기에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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