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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명제, 환자 권리 명분 삼아 진료 규제화"

이창진
발행날짜: 2011-11-28 06:38:54

요양급여명세서에 의사 서명 의무화…복지부 "내년 4월 시행"

[진단]급여청구 진료실명제의 이중성

환자의 알 권리 명목으로 의사 개인별 진료 행태를 데이터화하는 진료실명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단체와 소비자단체, 전문가 및 심평원, 공단 등과 함께 진료실명제 도입 추진을 위한 첫 간담회를 가졌다.

현재 진료비 청구는 의료기관 대표자명으로 청구하며, 진료 받은 가입자와 진료내역 중심으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달리 진료실명제는 요양급여비용명세서에 의사의 서명과 면허종별, 면허번호 게재를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전국 병의원 의사별 환자 수는 물론 진료 패턴 및 청구 진료비 등이 심사평가원 슈퍼컴퓨터에 입력된다는 의미이다.

◆진료실명제 추진 배경

진료실명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5월 진료비 청구 과정의 환자 권익을 보호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개선안을 복지부에 권고하면서 예고됐다.

당시 권익위는 허위 및 부당청구가 확인된 경우 해당 의료기관이 진료한 동일질병에 대해 직권심사 그리고 전문가 심사 확대 등 철저한 관리방안을 주문했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 최영희 의원이 서면 질의한 청구내역 실명제에 대해 심평원도 필요성을 공감하며 화답했다.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 명세서에 면허번호 기재시 의사별 진료경향 및 진료행태 파악, 전문의 가산수가 심사 활용 등 심사평가 업무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허위 및 부당청구의 관리감독을 주문한 권익위 권고안과 국회 지적이 복지부에게는 모든 진료행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명분이 된 셈이다.

◆진료실명제가 지닌 문제점

의료계는 진료실명제는 환자의 알 권리로 포장된 또 다른 규제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지금도 환자의 진료기록 요청시 제공하도록 의료법에 규정된 상황에서 환자의 알 권리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병원급 진료과간 협진 및 수련병원의 수련의와 주치의 진료 등 복잡한 의료현실이 간과됐다는 우려도 높다.

지난 22일 논의된 의사 명과 면허종별, 면허번호 기재를 골자로 한 건보법 개정안.
또한 청구 자료를 통한 진료행태 개선은 의사의 진료권과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진료 규격화에 따른 질적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단체 한 관계자는 "진료실명제는 곧 청구실명제로, 부당청구를 없애기 위해 추진한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의사별 환자 수 등을 비교해 병원급 차등수가 도입 등 진료비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무려했다.

◆복지부, 이달 말 입법예고 후 내년 4월 시행

의료계 반대와 무관하게 복지부는 내년 4월 시행을 못 박은 상태이다.

복지부는 이달 안에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및 요양급여비용 청구방법 개정안 입법예고 후 내년 1월 고시 개정을 거쳐 4월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가입자단체도 복지부의 조급한 시행계획에 우려감을 표시했다.

가입자 측은 "청구 자료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시범운영을 통해 제도시행에 다른 문제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인사는 "진료실명제는 환자의 높아진 목소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반대가 쉽지 않다"면서 "다만, 조속한 시행 보다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료실명제가 정부의 성과주의와 명분쌓기로 귀결된다면, 자칫 의료계와 환자간 갈등을 부추기는 무의미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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