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가 마련한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수술법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카바수술)' 논란에 대한 토론이 송 교수가 불참하면서 반쪽 토론회로 끝났다.
심장학회는 2일 대전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CARVAR 논란: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Debate Session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회 임원진을 비롯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까지 참석하는 등 학회원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중심에 있는 수술 당사자 송명근 교수는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대신 같은 병원에 근무중인 흉부외과 신제균 교수가 참여했다.
좌장을 맡은 송재관 교수(서울아산병원)는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토론을 해보자는 취지로 이번 세션이 마련됐다. 다양한 방법으로 송 교수 측에 연락을 했는데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김경환 교수가 2일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CARVAR, 우리가 잃은 것'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경환 교수도 "디베이트 세션을 한다고 해서 참석했는데 디베이트는 저만 했다. 이 자리에는 송명근 교수가 직접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결자해지다.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카바수술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술을 고집하고 있는 송 교수의 학자로서 윤리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동료심사(Peer review)를 거부하고, 보건복지부의 전향적 연구 제안 및 심평원의 적응증 제한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대 예방학교실 박병주 교수는 "연구자라면 평생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윤리적 측면에서 부족함을 알았으면 그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겸손이고 학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카바를 시술했을 때 구체적인 적응증을 정해 근거(evidence)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학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너무 교만하고 오만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신제균 교수는 이미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한 상황이며 현재 제대로 된 피어리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동료심사가 전문적으로 중요한 것인데 사실 깊은 동료심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40명이 넘는 의사들이 와서 카바수술을 배우고 갔는데 국내 의사들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가지고 이해하고, 사망률 같은 수치만 이야기해왔다. 실제적으로 수술하는 사람이 이 수술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심도있는 자리를 마련해서 동료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는 없었다"고 밝혔다.
박영배 전 이사장이 2일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카바수술 관련 토론 세션에 참여해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심장학회 박영배 전 이사장(서울대병원)은 "피어리뷰를 통해 수술이 잘됐다 아니다 같은 재평가를 통해 수술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검사를 제대로 안하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박 전 이사장은 "환자의 이익을 위해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는 팀워크를 긴밀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 수술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중요한 단계가 소홀히 됐다는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고시를 어기고도 카바 수술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을 방관하고만 있는 정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남식 이사장도 "적응증을 정해 전향적 연구를 하라는데 그것을 못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수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인데 송 교수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수술을 평가해서 적응증이 되는 환자에게 시행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데이터에서 문제가 발견됐으면 즉시 수술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지금도 수술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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