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사무장병원 개설원장이 겨우 16개월 근무하고, 면허정지처분에 이어 무려 36억원을 환수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 역시 개설원장에게 부당이득을 징수한 공단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경기도의 C병원에서 개설원장으로 근무한 의사 K씨가 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K원장이 공단으로부터 환수처분 받은 금액은 36억원에 달한다.
K원장은 2008년 10월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B의료재단(대표자 O모씨)으로부터 매달 1200만원을 받기로 약정하고, C병원을 개설했다.
K씨가 근무한 기간은 개설 직후인 2008년 10월 17일부터 2010년 7월 1일 폐업할 때까지였다.
그러던 중 복지부는 지난해 4월 C병원에 대한 현지조사에 들어갔고, 사무장병원으로 드러나자 K씨 면허를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공단은 올해 4월 K씨가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B의료재단에 고용돼 진료 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며 36억 전액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K씨는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은 정당한 진료행위에 대한 것"이라면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그는 "병원을 실질적으로 개설해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자는 B의료재단일 뿐만 아니라 본인이 부당하게 얻은 이익이 없기 때문에 B의료재단이 처분받아야 한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B의료재단에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경우 B의료재단은 요양기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해당 환자들을 진료한 후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행위는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병원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은 법적 외관 뿐만 아니라 실질에 있어서도 모두 의료인인 개설인에게 귀속한다"면서 "부당이득 징수의 상대방은 원고 개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사무장병원 피해 의사회원들의 모임(사피모)' 오성일 대표는 "이런 사건에 연루되면 사피모나 의협, 지역의사회에 알려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무장병원에 근무한 의사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면서 "조속히 법을 개정해 의사들이 면허정지, 환수처분을 받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과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자가 그 사실을 신고하면 자격정지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달 "사무장병원의 의료법 위반 사실은 고용된 의사 등의 자진신고가 없이는 쉽게 밝혀내기 어렵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재판부는 "이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자진신고자의 불이익을 감면해 줄 필요가 있다"며 의사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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