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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공보의들 잃어버린 '공무원 경력 3년'

이창진
발행날짜: 2012-01-25 07:10:13

허술한 농특법 92년부터 경력 인정…공공병원 의사 황당

국립병원 봉직의인 모 전문의는 얼마 전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황당한 회신 공문을 받았다.

공문의 골자는 1992년 6월 이전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로 종사한 3년의 기간을 공무원 재직기간에 합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보의는 1981년 제정된 '농어촌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농특법)에 따라 현재 계약직 공무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왜 이같은 회신을 했을까.

문제는 복지부의 허술한 법 제정 때문이다.

1981년 농특법 제정 당시 시행령 제7조에는 '복지부장관과 도지사는 공보의 인사관리부를 비치하고, 공보의 신상 이동 및 근무상황 기타 필요한 사항을 기록하여야 한다'며 공보의 신분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1992년 동법 및 시행령 개정으로 공보의를 '전문직 공무원'(현재 계약직 공무원)으로 규정하기까지 11년간(1981~1992년) 신분이 불분명한 병역근무를 한 셈이다.

이를 근거로 공무원연금공단은 1992년 이전 공보의로 근무한 현직(전직) 공무원 의사의 공무원 재직기간 합산에서 3년의 군복무 기간을 제외시키고 있다.

당시 전국 시도에 한 해 120명 정도가 배치된 것을 감안할 때 신분 공백기인 11년간 최소 1200명 이상이 공보의로 근무한 것으로 추측된다.

의사국시 합격 후 공보의로 차출된 젊은 20대 의사들이 지금은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의 장년층으로 성장했다.

이들 중 국공립병원과 국립대병원, 정부 부처 등 현재 공무원 신분으로 근무 중인 의사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국립병원 모 의사가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받은 공보의 경력 불인정 회신 내용.
국가의 필요로 농어촌과 도서 지역으로 투입된 많은 의사들이 의무장교와 동일한 3년 근무에도 불구하고,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80년대 공보의로 근무한 국립병원 모 의사는 "낮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국립병원에서 근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공무원 연금"이라면서 "연금인정 20년 기간에서 3년 공보의 기간이 제외돼 피해 보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모 교수도 "서울대 법인화로 공무원 연금이 사학연금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80년대 공보의 근무가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복지부의 허술한 법 제정으로 현재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아직까지 초창기 공보의 신분 공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80년대 근무한 공보의들이 공무원으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아직까지 민원제기가 없었다. 필요하다면 유권해석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 이종석 변호사는 "과거의 미비한 법 규정으로 공무원 신분 의사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헌법소원도 가능하지만 복지부의 유권해석으로 피해사례가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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