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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보건의료의 질 평가의 허상

김재연
발행날짜: 2012-03-12 06:19:14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보건복지부는 2월 26일 OECD가 '한국의료의 질 검토 보고서 ( Health Care Quality Review: Korea)'를 발간하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보고서를 위해 한국은 한화 1억 5000만원을 지원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보고서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의 의견을 무시한 반쪽짜리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보고서는 정부 정책의 합리화를 위해 인용하며 OECD 회원국에 비해 월등히 긴 입원환자 재원일수를 근거로 행위별 수가제도를 급성기 의료 영역의 대표적인 비효율 원인으로 지적하고 포괄수가제 확대를 권고하기에 이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동안 의료 보장을 한국처럼 크게 확대한 국가는 거의 없다. 그리고 한국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이러한 성과를 이룩하였기에 더욱 의미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적은 비용으로 희생을 감내한 의사들의 덕분이었으나 그 인내심에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언급조차 없다.

한국의 보건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의료행위 자체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의료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용이 비효율적으로 거대하다는 점이 간과 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시스템을 보조 운영시스템에 소요 되는 비용이 비효율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소요되고 있는 점이 무시된 보고서라고 본다.

또한 보고서는 "현재 한국의 병원들은 환자에게 보건의료 서비스를 과도하게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의료의 질에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정책결정자들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때 그들에게 적정한 양의 의료가 제공될 수 있게 하는 지불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고있다.

즉, 과도한 서비스라는 한국보건의료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이며 그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막연히 현재 한국의 병원들은 환자에게 보건의료 서비스를 과도하게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원인이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것으로 호도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보고서는 "정책결정자들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때 그들에게 적정한 양의 의료가 제공될 수 있게 하는 지불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은 병원의 전체 재정에 대한 더욱 엄격한 통제와 함께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자유주의 시장 경제 원칙이 무시된 사회주의적 통제의 대상으로 의료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고서에서도 언급 된 바와 같이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의료 서비스 지출은 가장 낮은 편이면서(2009년 기준 GDP의 6.9%) 기대 수명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동일상병명으로 입원기간이 긴 원인이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때문이 아니라 중증의 환자로 입원기간이 길고 그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이해하는 게 오히려 옳지 아닐까 생각한다.

보고서는 "한국의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증가하여 지난 10년동안 그 증가 속도는 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2배나 빨랐다"고 적었다.

그러나 보건의료비의 지출 내용에 정부 부문의 지출 부분에 대한 자료를 제시 하지 않았다. 국민이 보건의료에 대한 재원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은 이미 병원 인증제와 관련하여 우수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증의 대상이 되는 병원들이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증제를 병원 영역을 넘어 확대시킬 것을 권고하며 앞으로 일차의료에 대한 인증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실 기존의 병원급 인증제의 부작용으로 기준요건에 맞추기 위한 전시적 의료 행태는 이미 알려져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식행위를 일차의료기관까지 강요하고 이들의 심사를 통해 규격화된 의료기관을 양산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여 지지 않는다.

의료기관을 심사평가원이라는 정부기관의 통제하에 두려는 시도는 규격화와 획일화를 강요하는 제도로, 보건의료기관의 자율 경쟁적인 동기부여를 말살하고 규격화된 의료행위를 강요하게 되어 의료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관리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의료 서비스 개혁을 통해 그 보장 범위를 확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험자들을 공공기관인 건강보험공단(National Health Insurance Corporation)으로 통합함으로써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의료 체계는 사회 보험을 통해 합리적 비용으로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나라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저수가로 인하여 생존하기 힘든 보건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한 신의료 개혁을 위한 의료기관의 몸부림을 통해 의료의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음이 간과된 것이다.

한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002년 이후 이미 연간 8%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인 3.6%의 2배 이상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 또한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 지출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운영 방식 때문임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유감스러울 뿐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왜곡된 시각의 보건의료 현황에 대한 평가 자체의 모순에 의한 보고서는 신뢰도를 떨어뜨리며 보고서 발간에 관여한 정부 기관의 역할이 이들의 보고서를 왜곡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로 관여했다고 추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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