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에 대해 의협은 반대하고, 병협은 찬성한다고 오해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한병원협회 김윤수 회장은 <메디칼타임즈> 창간 9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협과 병협이 포괄수가제에 대해 반대, 찬성으로 입장을 달리하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의협은 반대하고, 병협은 찬성한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는 적합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김 회장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의원과 병원에 당연적용할 때 적정 수가 보장, 중증질환 등 비용변이가 큰 환자에 대한 별도 보상 등을 법률로 명백히 정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정부가 내년 7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으로 포괄수가제를 확대시행한다는 시한을 정해놓은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정한 시한에 맞춰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 확대 적용을 위해서는 수가 전면 재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병협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상당수 국가에서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대부분이 공공병원인 유럽 국가들은 예산방식의 하나로 포괄수가제를 운영하고, 일본은 행위별수가를 혼합해 DRG의 단점을 보완해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수가 방치한 채 영상장비 수가 인하 유감"
그는 "병협은 포괄수가제가 국내 의료현실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적정수가 보장,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보전하는 수가조정기전 마련 등을 전제로 7개 질병군 시행에 반대하지 않은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런 전제 조건을 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병협 요구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반병협' 기류가 조성되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는 "앞으로 포괄수가 조정기전을 제대로 만들고, 무엇보다 이 제도 시행에 따른 재정 절감분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입원료, 식대, 중환자실, 응급실 수가에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영상장비 수가 인하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실질적으로 병원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입원실, 식대 등의 수가를 현실화해야 하는데 이런 것은 방치하면서 영상장비수가를 인하했다"면서 "어느 병원이 이에 동의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정부는 의료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공언하는데 병원들은 월급을 몇 년째 동결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저수가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병원 경영의 악순환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소병원 경영난 해소 시급한 과제"
김윤수 집행부는 병원 인력난, 의료기관 빈익빈 부익부 등 고질적인 난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국내 병원들은 30년 이상 지속된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고, 중소병원들은 인력난까지 겹쳐 파산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지난해 '병원경영정상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원경영정상화특위는 수가계약체계 및 결정구조 개선, 원가보상, 간호등급제 개선 등의 현안을 논의하며, 각종 규제개선을 통해 병원 경영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균형 발전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합리적인 조세감면 방안 등을 마련중이다.
김윤수 회장은 "병원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면서도 "불과 5~6년 전만 해도 병상당 평균 1.2명의 직원이 일했는데 지금은 평균 0.7명 밖에 안된다"면서 "경영이 어렵자 직원을 줄이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병원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강화해 병원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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