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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총정원제 10년 공염불…돌고 돌아 제자리

발행날짜: 2012-08-14 05:48:54

복지부·수련병원 모두 효과 의문 제기, 제도 도입 불투명

|초점=전공의 총정원제 시범사업 완료|

전공의 정원 감축과 수련병원간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 병원군별 전공의 총정원제가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10년간의 노력에 비해 결과는 미비했고 결국 각 병원들은 물론, 시험사업을 진행한 가톨릭중앙의료원과 복지부조차 제도에 물음표를 찍으면서 미완의 정책으로 남게 됐다.

총정원제 장·단점 의견 분분…10년 논의 공염불

대한병원협회는 13일 가톨릭 의과학연구원에서 '병원군별 전공의 총정원제 제도 도입 관련 공청회'를 열고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사례를 통해 각 병원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들과 각 병원 관계자들은 전공의 총정원제가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과연 도입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전공의 총정원제의 장점으로는 우선 전공의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과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또한 평준화된 교육이 가능하며 전공의 선발과 관리, 교육에 있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도 장점으로 분류됐다.

다만 계속해서 순환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전공의는 물론, 지도 교수의 책임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과 병원 배정에 대한 불만, 순환 교육으로 인한 일부 부작용을 단점으로 꼽았다.

이날 공청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대다수 패널들은 총정원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전공의 확보에 다소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개별 독립병원으로 전공의를 모집하는 것 보다는 인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이러한 장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시범사업이 가톨릭중앙의료원이라는 대형병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A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를 확보하는데 장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서울권 병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며 "오히려 가톨릭의료원과 같은 대형병원이 총정원제로 인턴을 몰아가면 지방 수련병원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B병원 관계자도 "가톨릭의료원이야 8개 부속병원이 있으니 총정원제가 가능했겠지만 과연 지방의 수련병원들은 어느 병원과 사업을 진행해야 하느냐"면서 "지역별로 묶어봐야 브랜드 파워가 생기겠냐"고 되물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가톨릭중앙의료원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가톨릭의료원 보직자는 "총정원제 실시 이후 전공의 확보율이 조금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결국 일부 인기과에 국한됐다"면서 "결국 총정원제가 아니라 과목별 차이에 의해 늘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결국 10년간에 걸친 시범사업의 결과가 소속 병원들을 설득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복지부도 우왕좌왕…제도 도입 불투명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결국 10년간의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병협과 가톨릭의료원은 일부 가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시범사업을 마무리했고 복지부는 아직 제도 도입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공청회에서 가톨릭의료원은 시범사업 결과물로 계열병원군, 권역병원군, 혼합군 등 병원군 모형을 만들고 주 교육병원 제도를 활용해 수련에 책임감을 높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에 대해서도 각 수련병원들은 의구심을 제기했다.

패널로 나선 부민병원 정춘필 부원장은 "가톨릭의료원처럼 부속병원 8개를 묶은 네트워크로 10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도 이처럼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과연 지방병원에 이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냐"며 "지방 병원이나 중소병원은 사실상 도입 자체가 불가능한 제도"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특히 10년간 시범사업을 하면서 수련의 대상이 되는 전공의에 대한 조사가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가톨릭의료원 보직자도 "가톨릭의료원은 대부분 중대형 병원으로 이뤄진 네트워크"라며 "그럼에도 총정원제를 실시하자 의료원과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대다수 병원들은 교육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전공의 확보에 일부 도움이 됐기 때문에 시범사업을 실시했지만 질적 향상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10년간의 시범사업이 끝난 뒤에도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정우진 사무관은 "복지부도 많은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하는 만큼 과연 끌고 나가야할 정책인지, 접어야 할지 많은 의견을 달라"며 "하나의 가능성으로 생각하고 개선점을 찾아보자"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연 전공의 총정원제가 도입되는 것이냐는 모 병원 관게자의 질문에도 "10년간의 시범사업이 성과를 이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면서 "시범사업은 끝났지만 지속적으로 검토해볼 사안"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투명한 정책으로 지난 10년간 전공의 총정원제를 실시해온 가톨릭의료원조차 2013년 전형부터 이를 도입할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가톨릭의료원은 아직 2013년 입시 전형안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

만약 총정원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가톨릭의료원은 모자병원이나 독립병원 형태로 전공의를 선발하게 된다.

C병원 관계자는 "10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한 가톨릭의료원조차 도입할지 말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병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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