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고대의대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의대생 성추행 사건 이후 동기간 술자리가 확연히 줄었다. 동기 모임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또 간혹 동기 혹은 선후배끼리 술을 마시다가도 밤이 늦어지면 여학생들은 일찍 귀가하도록 하는 등 여학생을 보호해야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고대의대 본과 2년생 A씨는 "성추행 사건 이후 여학생을 대하는 방법은 물론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면서 가장 큰 변화로 술자리 자체가 감소했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 해 5월, 당시 고대의대 출신인 의대생 4명(남학생 3명, 여학생 1명)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고대의대는 지금까지 잘 쌓아온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고대의대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면서 술자리 문화 혹은 캠퍼스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고대의대생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변화는 어느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A씨는 "성추행 사건은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충격이었고,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라면서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이었지만 성추행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고, 친구들끼리 서로 조심하게 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고대의대의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대의대 학생회는 올해 초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 일종의 오리엔테이션)행사에서 고대 양성평등센터 측에 '양성평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를 요청했다.
또한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소설가 초청 강연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람풍경' 저자이자 심리에세이 작가로 유명한 김형경 씨를 초청해 강연을 마련했는가 하면,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로 알려진 정신과 의사 출신의 소설가 김혜남 씨에게 강연을 요청했다.
고대의대 이성우 학생회장은 "지난 해 사건 이후의 불명예를 씻어내고 싶어서 학생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학생들에게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의과대학에서도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고대의대 한희철 학장은 지난 6월 한길사 김언호 대표, 한국언론재단 이경형 NIE 특임강사, 고려대 사회교육원 이상태 문인화강사, 법무법인 이동필 대표 변호사,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겸 예술감독, 서울디자인센터 손혜원 이사 등 총 6명을 의학교육학교실 외래교수로 위촉했다.
다양한 분야의 외래교수를 통해 학생들의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또한 고대의대는 교수를 대상으로 한 학기에 총 4차례에 걸쳐 '의학개발 및 교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세미나'를 실시했다.
교수들이 의학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의학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증가할 것이라는 게 한희철 학장의 생각이다.
한희철 학장은 "의대의 3대 핵심기능은 교육, 연구, 진료인데 현실은 진료와 연구에만 자원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의과대학 커리큘럼에 인문학적인 부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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