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업계에는 '의사 심기를 건들지말라'는 특명이 있다.
실제 일부 회사는 예정에 없던 직원 교육을 열고 의사-제약사 간의 행동지침을 다시 한번 주지 시켰고, 또 다른 곳은 인터넷 댓글이라도 의사 사회를 비판하는 일은 절대 삼가하라고 지시했다.
교육을 받은 A사 직원은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분위기는 '제발 의사 심기를 건들지 말라'는 신신당부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제약계에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얼마전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모 제약사 영업사원 전공의 폭행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노 회장은 여기서 "전공의에게 주먹을 휘둘러 안와골절과 복시 후유중을 남긴 제약사 영업사원이 아직도 회사에서 근무한다. 쌍방도 아닌 일반 폭행인데 제약사의 무책임한 태도가 크게 아쉽다"고 다그쳤고, 이는 언론에 급속히 확산됐다.
파장은 컸다. 뒤늦게 사건을 안 의사들이 분노했고, 해당 제약사 불매운동 목소리가 날로 커졌다.
다급한 제약사는 사장이 직접 노환규 회장은 찾아갔고, 해당 직원은 퇴사했다. 그러자 의료계는 이례적인 신속한 대처라며 만족해 했다.
이런 비슷한 사례는 최근 또 있었다.
6월 말 다국적 B사는 의사를 자극하는 댓글을 단 영업사원 때문에 하루에 수십통의 항의전화를 받는 등 곤혹을 치뤘다. 불매운동 역시 거론됐다. 이 제약사 역시 공식 사과했고, 해당 직원도 퇴사했다.
모두 의사들의 심기를 자극해 발생한 일들이다.
물론 의사는 약 처방권을 가졌다. 의약품을 팔아야하는 제약사는 당연히 그들에게 자세를 낮출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점은 최근 의사와 제약사와의 관계가 너무 살벌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는 '갑'이고 제약사는 '을'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다보니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갑'은 직원 퇴사 등의 극단적인 결말을 원한다. 또 '을'은 그것을 당연한 듯 연례행사처럼 행하고 있다.
제약계에서 지금 행해지는 '의사 심기 건들지 않기'라는 미션. 그리고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사들.
갑과 을 사이가 너무나도 명확한 이 현실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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