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연수를 하러 온 외국의사에게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게 합당한가, 만약 허용한다면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는 이를 논의하고자 지난 21일 오후 3시부터 서울대어린이병원 제2임상강의실에서 외국의사의 국내 연수중 제한적 의료행위 승인에 관한 고시(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외국의사의 국내 연수 중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자국민 보호 및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게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일부 외국의사에게 한국의 의술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의료행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능력이 되는 의료진에 한해, 환자가 동의하고 공익적인 차원일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날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남후희 사무관이 발표한 '외국의사 및 치과의사의 국내연수 중 제한적 의료행위 승인에 관한 고시 제정안'에 따르면 국내 일정기간 체류하는 외국 의료인 면허소지자에 대해 교육 및 연구사업 업무에 한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는 국내 연수 중인 외국의사의 의료행위 요건 및 절차를 명확히 함으로써 연수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내 의료연수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승인 요건은 30병상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2012년 5월 현재 복지부로부터 인정받은 의료기관은 총 102곳이다.
다만, 수술시설이나 병상을 갖춘 경우에는 의원급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3개월 이상의 사전 교육훈련을 받은 외국의사에 한해 의료행위를 승인하고, 복지부에 '의료연수승인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승인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양한광 교수(위암센터장)는 "현재 연수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잘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고시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면서 "연수를 오는 의료진은 이미 레지던트 이상의 수준으로 참관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의료행위를 허용해야 한다면, 연수생의 자격에 따라 참여정도를 제한하고, 환자보호를 최우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국가간 의사면허가 상호교차 되는 국가를 우선적으로 인정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연세의대 이혜연 교수(의협 학술이사) 또한 고시안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연수라는 게 꼭 의료행위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과연 연수 의료진에 대한 관리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환자의 안전이 보장돼야하고, 외국의사의 연수활동으로 인해 전공의들의 수련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면서 "현재 고시안에는 각 분야별 지도전문의 수의 35% 이하로 연수의사 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항이 추가돼야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원급까지 포함시키는 부분에 대해 강하게 반대 입장을 제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회장은 "한국의 의술이 발전해 외국의사가 찾아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우리나라 환자가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한다"면서 "어떻게 환자를 보호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국내 부족한 의료인력을 연수하러 온 외국의사 인력으로 대체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도전문의의 입회하에 의료행위를 한다고 하지만 입회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지도 의문이고, 환자들 또한 불신과 불안감 속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논란이 된 부분은 고시(검토안) 용어 정의.
복지부는 '연수주관기관'을 외국의사를 대상으로 의료연수 희망자의 모집, 연수의료기관의 알선, 출입국 및 국내체류 지원 등 연수에 필요한 제반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라고 정의했다.
이를 두고 병원 관계자들은 공익적인 취지에서 시작한 연수프로그램이 자칫 영리적인 목적으로 변질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인하대병원 박금수 진료부원장은 "영리적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연수주관기관으로 승인을 받으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자격이나 요건을 더 명확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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