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에서 리더로 인정받기 어렵다."
"지도자급 보직을 맡기 어렵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여의사 또한 직장 생활에서 일반 사무직 여성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함춘여자의사회는 17일 서울대병원 강당에서 '여의사의 정신건강'을 주제로 첫번째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교수, 개원의, 전공의 등 각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여의사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자들은 조직에서 리더로서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지적하고, 수시로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충북대병원 박선미 교수(내과)는 "병원 조직에서 리더로 인정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여의사는 지도자급 보직을 맡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학회에서도 남자 중심의 문화가 있어 여의사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소수이기 때문에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현황. 기금교수 등 보직에는 여의사 비중이 소수에 불과하다.
그는 함춘여자의사회 회원 311명에게 설문을 실시해 72명의 답변을 받은 결과 '업무과 관련해 남녀차별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2%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직종 비해 차별이 적다고 느끼지만, 승진과 관련해서는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 여의사가 많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김예안 전공의는 "남성에게는 긍정적인 평가가 여의사들에게는 나쁜 평가가 되는 등 차별이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남자 의사가 자기 주장이 강하면 높게 평가받는 반면, 여의사는 고집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여의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일과 육아 사이에서의 역할 갈등이었다.
실제로 함춘여의사회 회원 중 57%가 자녀 1명을 원했고, 33%는 자녀를 원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육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 부족'과 '대리 양육자 조달 문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박선미 교수 또한 여의사의 사회 활동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일과 육아, 가사 사이의 갈등을 꼽았다.
그는 "가족, 특히 자녀 일로 병원에 양해를 구할 일이 있을 때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면서 "많은 여의사들이 육아와 가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함춘여자의사회 회원들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삶에 대해 조언을 얻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3.3%가 '자녀교육'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직장생활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다'는 응답은 27.5%로 뒤를 이었다.
김예안 전공의는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 134명 중 78명(58.2%)이 여의사일 정도로 비율이 늘고 있다"면서도 "그 중 72%가 '현재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직장 내 갈등'과 '가정 불화'를 꼽았다"고 환기시켰다.
이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함춘여자의사회 총무이사)는 "이처럼 여의사가 스트레스를 받은 요인으로는 롤 모델이 되는 여의사가 부족한 것도 있다"면서 "앞으로 함춘여자의사회가 학계 내외부 연결망을 구성해 멘토-멘티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병원 총 594명의 의사 중 여의사가 153명에 불과하고, 특히 기금교수는 17명(16.3%)로 소수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 후 "최근 여의사 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여의사의 보직을 맡을 수 있는 인계점에 도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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