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개 주요 대학병원과 의료기기업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3월 발족한 '의료기기상생포럼'(이하 포럼)은 의료기기 실수요자인 대형병원과 공급자인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모여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포럼 초대 총괄운영위원장인 분당서울대병원 정진엽 원장은 평소 국내 의료기기산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의료계 인사로 국산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위한 병원과 의료기기업체ㆍ정부기관을 묶는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 의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하는 정진엽 원장을 만나 포럼을 통한 병원ㆍ의료기기업체 간 공동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전략을 들어보았다.
Q. 포럼이 발족된 뒤 약 9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의료기기상생포럼은 한국의 강점인 IT 및 의료서비스 역량을 살려 수요자인 병원과 공급자인 의료기기기업 및 지원기관이 주체가 돼 국산 의료기기의 글로벌기업 대비 부족한 핵심 기술과 디자인, 임상 등 국산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의료기기 공동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다시 말해 포럼은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 협력의 장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포럼의 활동이 아직은 미비하지만 정부ㆍ의료기기업체ㆍ학계ㆍ병원이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고 다 같이 힘을 모아 나서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실질적으로 의료기기 상생협력세미나와 명품화전략세미나 등을 통해 산ㆍ학ㆍ연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의료 현장의 수요를 전달하고 공동 연구개발 방향을 논의해 실질적인 성과 중심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하진 않지만 포럼의 사업들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한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도 소득이라 할 수 있다.
Q: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한 병원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진과 병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의료계의 큰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병원과 의사의 현실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동연구 기술개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현장중심의 대학병원과 의료기기업체, 연구소들이 모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개방과 협력을 통한 공동의 임상시험을 통해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파격적으로 단축시켜 단기간 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제품에 대한 수요자 인지도 및 신뢰도를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국산 의료기기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Q: 한국의 의학수준은 뛰어난 반면 국산 의료기기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세계적인 국산 의료기기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병원과 의료기기업체 간 연구개발 참여, 임상시험 진행 등 긴밀한 협업이 요구된다. 포럼이 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은
-현재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기술수준은 선진국대비 평균 60~70% 정도이며, 임상수준과 의료기기의 기술수준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3%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포럼은 차세대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개발자(업체), 수요자(병원), 신뢰성 평가기관 간 의견 교환을 활성화하는 모임이다. 이 같은 의견 교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포럼의 가장 큰 역할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상에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상생협력 네트워크를 만들 예정이며,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에 우선적으로 작은 규모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시험 운영해보고 이를 포럼 차원에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의료기기업체나 병원, 연구소 등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겼을 경우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대상을 쉽게 찾고 공동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정부가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실수요자인 대학병원에서의 국산 의료기기 이용률은 외산장비에 비해 여전히 낮은 게 현실이다.
-현재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경쟁력과 의료현장에서의 이용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지금까지 개발된 국내 의료기기는 대부분 진료핵심 부분에 투입되는 고부가가치 장비나 기기 보다는 적은 투자비용으로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보조기구나 소모품에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내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신뢰 구축 실패로 이어지면서 국산 의료기기는 저가장비라는 인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국산 의료기기의 일류화는 대기업이나 정부가 주도해 특정 장비나 의료기기에 대해 원천기술을 공유하고, 충분한 시간과 재원을 투입해야 가능한 일이나 자금력 부족으로 인해 단기 수익이나 실적 때문에 장기적인 기획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또 대형병원 의사들의 선입견도 문제라고 본다.
어려움을 극복해 완성한 경쟁력 있는 국산 의료기기도 의료진들의 선입견으로 소개할 기회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료진이 국산 의료기기 개발에 직접 참여하면 이 같은 선입견을 털어버림과 동시에 국산 의료기기의 진료현장 투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Q: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8곳이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위해 이들 병원들과 현재 논의하고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단기적으로는 각 병원 집행진들에게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직접적으로 건의하는 방법이 있겠으며, 분당서울대병원부터 모범을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의료기기 개발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개발자와 사용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의료기기 개발은 대부분 개발자를 중심으로 진행돼왔고, 업체들의 관심도 사용자 편의보다는 제품 성능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우수한 성능의 국산 의료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임상의사들에게 외면 받는 일이 흔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대학병원들은 중소의료기기업체들이 제품개발 전 단계에서부터 임상시험까지 유기적으로 협력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진료과별 의료기기 종류에 따라 전문 의료진 풀을 만들어 개발자 수요에 맞게 자문팀을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자문팀은 포럼의 8개 병원에 있는 의료진들이 다 같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의료기기업체들과 의료진들을 매칭시켜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제품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개발된 의료기기가 각 병원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Q: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는 지난해 약 40건에 달하는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등 성공적인 센터로 평가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는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의료기기 임상시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적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은 임상시험 소요 비용 및 기간ㆍ절차 등의 복잡함으로 업체들이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업체들이 임상시험을 시작하고자 하더라도 구비서류 준비 및 진행 방법 등 경험이 전무한 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식약청 및 임상시험윤리위원회의 임상계획 승인단계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은 'Academic-CRO' 서비스와 인력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Academic-CRO는 임상시험 상담과 연구 설계, 연구계획서 자문, IRB 및 식약청 구비서류 자문 등을 수행해 적은 비용과 신속한 기간에 임상계획 승인단계에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연구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의료기기 임상시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병원 연구자의 자질을 향상시켜 연구의 질을 보장하고, 외부 업체 및 연구기관 종사자들에게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접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연구개발 지원서비스를 마련해 공급자와 수요자 간 체계적인 의료기기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제공해 국내 의료기기 개발 활성화와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분당서울대병원은 각 분야별 우수 임상 의료진이 분포하고 있어 의료기기 연구개발 아이디어에서 전임상 및 임상시험 수행까지 특성화된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에 관심 있는 교수진은 물론 실제 연구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제품화까지 수행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도 많기 때문에 의료기기 연구개발에서 임상시험까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선순환 구조를 가진 것이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가 가진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Q: 포럼의 내년도 계획은
-포럼에서는 국가신성장동력인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 속에 대형병원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을 높여 국산 의료기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포럼은 차세대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개발자, 수요자, 신뢰성 평가기관 간 의견 교환을 활성화하는 모임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이러한 의견 교환의 장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상시적으로 의료기기업체들과 의사들의 의견교환이 이뤄지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상에서의 상생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겠다.
이와 함께 수요자와 공급자, 지원기관이 범주체가 돼 국산 의료기기의 글로벌기업 대비 부족한 핵심기술과 디자인, 임상시험 등 국산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특히 내년부터 중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 핵심 의료기기 제품화 및 인증평가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고, 병원 등을 통해 도출한 품목별 수요를 기반으로 국내 의료기기업체와 함께 국산 의료기기 개발에 나서며, 개발 후에는 일정 부분 병원이 구매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포럼에 참여하는 회원들로부터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 및 유관 부처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의료기기 제도 개선과 더불어 포럼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 확보에도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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