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방사선의학회'(이하 RSNA) 학술대회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약 3만 명을 비롯한 의료기기ㆍ의료정보화업체, 방사선기사 등 6만 여명의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영상의학 '올림픽'으로 불린다.
특히 전 세계 영상의학을 주도해온 RSNA가 최근 들어 과거 영상의학의 '변방'으로 평가하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ㆍ오세아니아영상의학회(이하 AOSR)와의 교류협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최병인 교수는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RSNA 2012에서 아시아 최초로 임기 3년의 신임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국제자문위원회는 RSNA가 21세기 들어 영상의학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낸 유럽과의 국제관계 증진을 위해 7년 전 설립한 조직.
이 조직의 위원장은 북미와 아시아ㆍ유럽 간 다양한 교육ㆍ연구ㆍ진료 분야에서의 국제교류와 관계 협력을 증진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7년간 유럽에서 위원장을 맡아온 RSNA 국제자문위원회 수장을 아시아 최초로 최병인 교수가 맡게 된 점은 영상의학 분야에서 아시아ㆍ오세아니아의 약진은 물론 한국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최병인 교수는 "전 세계 영상의학계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ㆍ오세아니아 3개축으로 나뉘는데, 그동안 RSNA가 모든 것을 이끌어 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RSNA에서 발표되는 학술 연제 중 25%가 아시아에서 발표되고 있을 정도로 아시아의 학술적 수준이 높아지고 그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RSNA의 이번 국제자문위원장 위촉은 영상의학 분야에서 아시아ㆍ오세아니아의 질적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특히 한국을 이들 지역의 중심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자긍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아시아ㆍ오세아니아의 약진에는 한 때 침체에 허덕이던 AOSR을 성공적인 국제학회로 확대 발전시킨 최 교수의 역할이 컸다.
KSR(대한영상의학회)ㆍAOSRㆍASAR(아시아복부영상의학회) 대표로 매년 RSNA에 참가한 최 교수는 과거 RSNA에서 아시아는 북미ㆍ유럽 같은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비주류에 불과했다고 단언했다.
최 교수는 "돌이켜보면 RSNA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RSNA와 동반자적인 관계가 아닌 아웃 사이더로 남을 수밖에 없는 한계성을 많이 느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21세기 들어 아시아와 RSNA가 동반자적 입장에서 진정한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중심이 돼 AOSR을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AOSR은 학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는 2008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ㆍ오세아니아영상의학회 학술대회(이하 AOCR) 이후로 국제적인 위상과 함께 내부 안정화와 내실을 갖추기 시작했다.
과거 일본과 중국마저도 포기한 AOCR은 2008년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각국이 서로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었다.
2년마다 열리는 AOCR은 이미 2014년 일본, 2016년 중국, 2018년 인도 개최가 확정돼있을 정도다.
최 교수는 "2008년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AOCR 개최를 계기로 AOSR의 튼튼한 뿌리를 재건할 수 있었다"며 "학술대회 역시 결국 학회의 주체가 튼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고, 이를 통해 한국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 영상의학의 위상은 2010년 AOSR 중앙사무국 한국 유치를 통해 재입증됐다.
최병인 교수는 "RSNA 국제자문위원장으로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영상의학의 전체적인 수준을 북미와 대등하게 끌어올려 동반자적인 관계에서 서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이 3년 동안 내가 해야 할 숙제"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한국이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영상의학의 중심 국가로서 앞으로도 AOSR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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