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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바닥난 대학병원들 "버틸 힘도, 대책도 없다!"

발행날짜: 2013-05-14 06:32:41

양적 팽창 의존, 성장동력 상실 "이제부터 위기…망할 수 있다"

"끝도 없을 것 같았던 대학병원의 규모경쟁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일까."

저수가 체계에서 규모경쟁을 벌이며 고속성장을 이어오던 대학병원들이 최근 성장률 둔화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 병원계에 따르면 몸집 불리기를 통한 대학병원의 성장은 한계에 달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흐름을 뒤집을 만한 묘책이 없어 병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학병원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일각에선 '환자 싹쓸이'에 나서던 대학병원의 예견된 결과라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 보직자들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수가구조에서 병원의 지속성장을 위해선 규모 확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저수가 구조에서 대학병원이 지속성장하려면 의료행위를 늘려야했고, 그러기 위해선 병원 규모를 확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병원 규모가 커야 많은 환자를 수용할 수 있고 또 그래야 저수가체계에서 최소한의 투자 재원을 확보해 재투자함으로써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대학병원 내부에선 "더 이상의 규모경쟁은 의미가 없다"는 자성과 위기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대학병원 고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규모경쟁의 한계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그 대안을 찾아나서고 있지만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쏟아지는 정부정책이 대학병원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대학병원들은 과거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더욱 힘들어졌다.

실제로 2011년 시행된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시행 1년 후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질환 총 진료비가 감소세를 보였다.

상급종합병원의 고혈압 총진료비는 2010년 4분기 69억 1748만원에서 2011년 같은 기간 29억 6294만원으로 57.2%감소했으며 같은기간 고혈압의 청구건수 역시 18만 2772건에서 7만 6265건으로 58.3% 줄었다.

또 지난해 7월중순부터 도입된 CT, MRI 등 영상장비 수가인하 이후 대학병원들은 수가인하분 만큼 고스란히 마이너스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대학병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과 동시에 장기화된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환자까지 줄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다.

E대학병원 기조실장은 "경증환자들이 1~2차 의료기관으로 옮겨가면서 대학병원 경영에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의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병원이 그에 대비할 시간을 줘야하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대학병원들 불투명한 미래…버티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지금까지는 정부 정책이 병원경영에 불리해도 병원 규모를 확장하고 의료행위 건수를 늘려 수익을 유지해 왔지만 이는 한계에 봉착했고, 병원계에 불리한 정책기조가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의 급여확대에 대해 병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병원협회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박사는 "사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면서 "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및 3대 비급여의 급여전환 관련 정책이 가시화되면 대학병원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환경변화에 대응전략을 모색하는데 대학병원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급해진 대학병원들은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K대학병원 교수는 "규모 경쟁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깨닫게 되면서 의료수익 이외 연구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문제는 이를 통해 당장 수익구조를 찾으면 다행이지만 적어도 수년간 수익을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서울대병원도 최근 심포지엄을 통해 현재 1%에 불과한 기부금을 해외 대학병원 수준의 20%까지 높이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나섰지만, 이는 법과 제도적인 규제완화 이외에도 기부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병원 경영컨설팅 업체인 엘리오앤컴퍼니 곽태우 전무는 "대학병원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많기 때문에 환자가 줄면 바로 재무적인 압박을 받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대학병원도 개원전략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대학병원들이 경영구조를 다각화하고 있지만, 실제 수익을 창출하려면 적어도 5~10년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그동안 버텨내지 못하는 대학병원은 도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대학병원 보직자는 "최근 제2병원을 건립을 추진 중인 병원들은 고민이 큰 것으로 안다"면서 "대학병원 건립 계획은 적어도 수년 전 결정되는데 이 같은 의료환경의 변화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병원 기조실장은 "의료수익만으로는 병원 경영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당장의 마이너스 성장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책이 없어 당분간 대학병원들은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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