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만성질환관리제 개선안 수용을 조건으로 의원급 토요 가산 시간대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개원가에서 극심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도 시행 1년만에 65%의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개원가가 새삼스레 우려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성질환관리제를 둘러싼 기묘한 역학 관계를 짚어봤다.
만성질환관리제 반대하는 이유는? "학습효과 때문"
만성질환관리제란 간단히 말해 환자가 자주 가는 의원을 등록하면 본인부담금을 할인 받는 제도다.
13일 오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참석한 병협 나춘균 보험위원장(좌)과 의협 노환규 회장(우).
환자는 본인부담금 할인 혜택을, 의원은 단골 환자를 얻는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하는 셈.
게다가 정부 역시 만성질환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재정을 절약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제도 시행의 성적표 역시 나쁘지 않다. 시행 1년을 맞은 올해 4월까지 고혈압·당뇨 질환을 한달에 30건 이상 청구하는 의원 1만 4000여 곳 중 약 65%가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개원가의 생각은 다르다. 좋은 취지와 달리 만성질환관리제가 결국 주치의제도나 총액계약제로 발전할 소지가 크다는 것.
모 개원의는 "환자의 본인부담 할인 제도로 전락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환자가 등록을 원하면 해줄 뿐 65%의 참여율 역시 의미가 없는 수치"라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제도가 결국 참여 의원의 질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차등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규제책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일단 대다수의 의원급 기관이 참여하게 되면 어떤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지 알 수 없다"고 경계했다.
만성질환관리제가 진료행위와 약제비 사용 평가를 통해 결국 '심사 지침'에 의거한 획일화된 진료를 초래하고 행위 억제나 지불제도 개편으로 변질된다면 이는 '포괄수가제'의 변형에 다름 아니라는 것.
아무리 정부가 주치의제로 전환하거나 의원이 관리하는 만성질환관리자를 보건소로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해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제도의 변질을 본 의사들의 '학습효과'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의사총연합와 의원협회도 17일 성명서를 발표해 "거짓말을 일삼고,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정부에게 속지 말라"고 의협에 주문했다.
전의총은 "만성질환관리제가 국민 건강권을 해치는 총액계약제로 가는 지불제도개편의 시발점임을 알고 있다"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행해왔던 수많은 거짓말로 인해 이제 우리는 정부의 그 어떤 약속도 믿지를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만성질환관리제에 반대한다"면서 "독소조항이 빠진다해도 그 동안 정부 행태로 보아 제도 실시 과정에서 언제든 독소조항이 추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만성질환관리제의 가장 큰 반대급부를 만든 것은 정부의 '입'이라는 소리다.
"부대조건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말라"
개원의들은 어차피 1차 의료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면 굳이 의협의 협조를 얻어 활성화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과 복지부가 토요가산 확대와 만성질환관리제는 별개 사안이라며 선을 그은 만큼 굳이 여론을 등지고 만성질환관리제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나서고 있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만성질환관리제 수용에 대한 의견 수렴없이 독자적으로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토요가산 확대를 받기 위한 빅딜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회원들이 반대하는지 찬성하는지 의견을 모아보자"고 주문했다.
민주의사회 역시 최근 성명서를 발표, 노 회장에 대한 불신임까지 거론하며 "토요휴무가산제를 위한 만성질환관리제는 거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의사회는 "만성질환관리제는 절대로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노 회장이 직접 건정심에 참석해 현행 만성질환관리제의 문제점을 역설하다가 결국 수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노환규 회장이 만성질환관리제의 수렴을 표명한 것은 무엇보다 토요 가산 확대 받지 못했을 때 약화될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토요 가산 확대를 얻어내지 못하면 회장 재신임과 함께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배수의 진을 친 만큼 정치적 시험대에 서는 모험보다는 만성질환관리제를 수용하며 토요가산 확대의 실리를 얻은 게 아니겠냐는 것.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지난해 대정부 투쟁과 휴진을 했던 목표는 토요가산 때문이 아니다"면서 "그런데도 노 회장이 굳이 만성질환관리제를 받으면서까지 가산 확대에 목을 맨 것은 그만큼 정치적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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