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는 건강, 인권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하며 이를 감지할 수 있는 독립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가 제약사의 건강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지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강제실시권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건강정책학회 세미나가 열린 한양의대 전경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는 25일 한양의대에서 '의약품 접근에 대한 제약회사의 건강권 책무'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표를 맡은 서울대 이주영 교수는 "이윤추구는 기업의 기본적인 생리다. 하지만 약은 공공재이며 사회적 인프라, 기업활동 육성을 위한 법 제도 아래에서 건강증진을 위한 약을 개발하기 때문에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오리지널약을 생산하며 특허권을 갖고 있는 제약회사는 인권, 건강권에 대한 책임감을 더 크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독점권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약을 많이 갖고 있는 GSK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GSK는 우울증약 '팍실'을 1998~2003년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벌였다. 청소년 자살 충동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어 18세 미만에게는 판매승인이 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1999~2003년에는 다른 우울증약 '웰부트린'이 체중 감량이나 성기능 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허위 광고했다.
당뇨병약 아반디아의 안전성 연구결과는 식품의약국(FDA)에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고 판매 승인을 받기도 했다.
결국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GSK에 30억 달러의 과징금을 물고, 5년간 미국 정부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명령했다. 벌금액수만도 한화로 3조 42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에 대한 문제점들이 계속 제기되자 GSK는 자정 노력에 들어갔고 비영리단체가 평가하는 약물접근성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교수는 "현재 세계 10대 다국적 제약사들은 의약품 접근성에 대한 자체 규범 내지는 정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스스로 의약품 접근권에 대한 기업활동의 영향을 평가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하고 시정해야 한다. 평가는 의약품의 충분한 공급, 지리적 및 경제적 접근성, 문화적 수용성 등 다양한 차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업의 건강권, 인권 규범 이행을 독립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책임을 묻고, 강제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인권적 의무 규제를 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 있는 규범이 필요하다. 국가가 제약회사 책무성을 위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강제실시권'"이라고 주장했다.
강제실시는 특허를 가진 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정부가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약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정해진 보험 재정 안에서 약가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약사의 파워에 밀려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생겼으면 강제실시권이라는 정책적 옵션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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