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G 강경 반대에서 1년간 정부와의 대화를 통한 수정, 보완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던 산부인과학회가 DRG 시행 이후 부작용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i1산부인과학회는 21일 오후 7시 보험위원회를 열고 DRG 시행 이후 문제점 및 개선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선 제도시행 이후 혼란스러운 의료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됐다.
산부인과학회 이근영 보험위원장은 "정부는 DRG 제도를 선시행 후보완으로 추후에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시행하고 보니 기본적인 부분도 준비가 안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 정비가 안된 상태에서 일을 추진하다보니 의료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DRG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회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는 것은 DRG에 로봇수술을 포함하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앞서 학회는 로봇수술은 신의료기술 항목으로 비급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DRG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당시 심평원 측도 구두상으로 무관하다고 했지만 막상 제도를 시행하자 DRG에 포함됐다는 게 학회 측의 설명이다.
이 보험위원장은 "DRG에 로봇수술을 포함하면서 당장 청구코드가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학계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로봇수술을 DRG에 포함시킨다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못 박았다.
또한 학회는 DRG 시행 이후 동시수술을 꺼리는 등 진료패턴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지금까지는 한번 수술할 때 2가지 이상의 질환을 수술함으로써 환자의 경제적,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도록 했지만 DRG 시행 이후로는 환자의 편의보다는 수가체계에 묶인 진료를 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타 병원에서 전원해 온 중증환자를 기피하는 현상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봤다.
DRG의 정해진 수가체계에서 진료를 해야 하는데 전원된 중증환자를 진료하면 그만큼 병원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응급실에 오는 환자에 대해서도 DRG를 적용해선 안된다는 게 학회 측의 생각이다.
응급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다양한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DRG 해당 질환이라고 DRG수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 보험위원장은 "현재 DRG 수가는 행위별수가를 근간으로 한 것으로 잘못돼 있다"면서 "제대로 된 DRG제도를 실시하려면 원가분석부터 다시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날 보험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추후 복지부 '포괄수가제 특별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면서 "앞서 학회가 복지부에 요구했던 제도시행 1년후 개선방안에 이 같은 내용이 반드시 반영돼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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