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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죄 없는 의사 대충대충 면허정지…법원 제동

안창욱
발행날짜: 2013-10-16 06:39:58

허위진단서 발급 혐의로 이모 씨 행정처분했다가 패소 망신살

보건복지부가 자체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검찰 조사 결과만 보고 의사 면허정지처분을 했다가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지방의 W병원에서 봉직의로 근무중인 신경외과 의사 이모 씨에 대해 면허정지 1개월 15일 처분을 내린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2006년 11월 직업군인인 전모 씨에게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해 주었다.

전씨는 축구경기를 하다가 넘어져 추간판 탈출증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자 경추간 전방신경 감압 및 고정 수술, 전방 경유 경추 골유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씨는 전씨가 내원해 수술후 촬영한 MRI 사진과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하기 위해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한 후 근전도 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했다.

전씨는 후유장애 진단서를 보험사에 제출해 2585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하지만 전씨는 이후 후유장애에도 불구하고 군 생활을 계속하면서 체력검정 등에 통과한 사실이 밝혀졌고, 거짓으로 후유장애 판정을 받기 위해 이씨로부터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았는지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은 수사 결과 이씨가 전씨에게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주었다며 행정처분을 의뢰했고, 검찰청은 허위진단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따라 자격정지처분을 통보했다.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따르면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발급한 경우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하지만 검사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처분의 1/2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다.

그러나 이씨는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전씨를 진단한 결과 후유장애가 있다고 판단해 진단서를 발급해준 것일 뿐 금품을 받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사실이 없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도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전씨가 실제로 후유장애가 없다는 진단서나 영상자료 등의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환기시켰다.

또 재판부는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검찰은 기소유예처분을 했는데,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할 기회가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이씨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하는 대가로 금품이나 향응을 받았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고, 전씨를 위해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후유장애 진단서는 통상 6개월 이상의 치료를 했지만 더는 호전이 없거나 영구히 고착된 상태에서 발급하지만 전씨는 당시 수술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씨는 서울의 다른 병원에서 수술후 촬영한 MRI와 자신이 근무중인 병원에서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한 후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후유장애로 판정했다"면서 "이씨가 작성한 진단서는 객관적인 사실에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법원은 "복지부는 이 사건 처분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 이외에 의학적 관점에서 검토를 거쳤다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체 사실확인 조사를 거치지 않고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에 따라 기계적으로 행정처분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씨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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