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의협, 왜 원격진료 허용 반대하나
보건복지부가 의원과 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 주요 내용
의협 노환규 회장은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격진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입법예고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복지부는 동네의원에 한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 재진 환자를 원격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도서, 벽지 주민이나 장애인 등 의료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환자에 대해서는 초진 원격의료도 가능하다.
병원급의 일부 원격진료도 허용된다.
복지부는 수술 퇴원후 관리가 필요한 재택환자나 군, 교도소 등 특수지 환자에 대해서는 의원 뿐만 아니라 병원도 원격진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동네의원만 원격진료를 허용한 만큼 대형병원 집중현상이 해소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협 강력 반발 "일차의료 붕괴"
그러나 의협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의료전달체계가 와해될 것이라고 정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리적 접근성을 무시하는 원격진료가 허용된다면 동네의원간, 의료기관 종별간 무차별 경쟁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일차의료기관 존립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의원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더라도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날 게 뻔하고, 결국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켜 대면진료를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이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의협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의원-환자간 원격진료가 일단 허용되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환자간 원격진료가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고, 지방 중소병원과 동네의원들은 줄도산될 게 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의협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이미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복지부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의사 밀도가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일 뿐 최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환규 회장은 "원격진료를 도입한 대다수 국가는 의사 밀도가 매우 낮다"면서 "케나다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현격히 떨어진다"고 못 박았다.
"개원가는 현재 위기 상황이다
의협은 현 시점을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팀이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 제고'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12년 외래진료비 비중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의원은 66,2%에서 56.4%로 곤부박질했다.
동네의원이 점점 더 위축되고 있는데다 리베이트 쌍벌제로 인한 의사 면허정지 처분 급증, 경영난 심화 등이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원격진료까지 허용되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의협 집행부에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의협은 대정부 투쟁 태세에 들어갈 움직임이다.
의협은 당장 11월초 투쟁준비위원회를 열어 대정부투쟁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일차의료살리기협의체를 포함한 대정부 협상 채널도 가동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는 원격진료 허용에 따른 후속대책을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협의 반응은 냉담하다.
노 회장은 “협의를 하더라도 의료계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화가 불필요하고, 의미가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의협은 이날 원격진료 허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16개 시도의사회, 전체 개원의협의회가 뜻을 같이 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강경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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