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장관이 "(의료계가)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고 있다"며 좁은 시야를 질타하자 의협은 "있지도 않은 연못 속 보물을 찾다가 물고기를 다 죽였다"는 '지어지앙'의 경고를 새기라고 응수했다.
11일 의협은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의료계를 향한 현오석 장관의 와각지쟁 발언을 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장관과 의협이 대립각을 세운 것은 며칠 전 현 장관이 '와각지쟁'이라는 성어를 사용하면서부터다.
이른 바 의료계를 향해 드넓은 천하를 보지 못한 채 달팽이 뿔과 같은 국내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식의 훈수를 둔 것.
사실상 경제 수장인 현 부총리가 '와각지쟁'을 통해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과 원격 진료에 대해 줄기차게 반대한 의료계를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전 세계로 시야를 돌리라"고 질타한 셈이다.
이에 질세라 의협도 사자성어를 들고 나왔다.
있지도 않은 연못 속의 보석을 찾느라 연못의 물을 빼내는 바람에 결국 연못 안의 물고기들이 다 죽었다는 뜻의 지어지앙이다.
의협은 "의사들이 넓은 세계로 나가 돈벌이를 해오기를 원한다면, 원격의료 허용 대신 실력 있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진료 환경을 마련하라"면서 "심평원 기준에 맞춘 진료와 전공의들의 값싼 의료 노동자 전락, 저수가의 횡포는 우리의 왜곡된 의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 왜곡을 더욱 악화시킬 원격의료를 추진하면서 마치 의사들을 시야가 좁은 것으로 폄훼한 것은 곧 열악한 여건 속에서 묵묵히 진료실을 지켜온 의사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면서 "현 장관은 지어지앙의 경고를 잘 새기라"고 충고했다.
눈앞의 이익을 쫓아 원격의료를 추진했다가는 연못 속 보석을 찾기 위해 물고기를 다 죽였다는 일화처럼 대한민국 의료환경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인 것.
의협은 "의료계가 드넓은 천하로 나가는 것을 정작 막고 있는 당사자는 정부"라면서 "열악한 의료환경을 피해 많은 한국 의사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되자 정부는 한-미 FTA의 상호 면허인정 논의에도 부정적으로 나왔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어 "논어에는 그 직책에 있지 않거든 그 정사에 관해 함부로 참견하지 말라는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는 말이 있다"면서 "의료의 근본적 틀을 바꾸는 제도에 대해서는 보건의료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현 장관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집중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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