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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납도매업체'에 칼 빼든 의료기기업계

정희석
발행날짜: 2013-11-18 06:25:05
간납도매업체(간납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의료기기업계가 제도개선을 위한 강력한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앞서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과의 간담회에서 간납도매업체 폐해 시정을 위한 제도개선을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협회는 간납도매업체가 공급업체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계약에 의한 독점적 기업 간 거래'(B2B)를 수행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공정한 유통거래를 위반하더라도 행정처분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과도한 수수료 징수, 공급 물품에 대한 대금결제 보증 회피, 세금계산서 발급 지연 및 납품기회 차단 등 의료기기 유통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실제 제품 구입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그 차액 중 일부를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있다며 간납도매업체 폐지의료기기 도매업 신설을 건의한 바 있다.

사실 간납사는 미국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처럼 잘만 활용하면 병원과 의료기기(치료재료) 공급업체 모두에게 이 된다.

미국 GPO는 다수의 병원으로부터 구매대행을 위탁 받아 공급업체로부터 대량으로 제품을 일괄 구매한다.

제품을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 할인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개별 병원은 수량할인을 받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GPO는 비용절감액의 일정부분을 마진으로 갖게 된다.

또 공급업체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제품 공급과 함께 일괄구매를 통한 유통 및 재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병원과 공급업체 모두에게 득이 되는 간납도매업체가 정작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오히려 유통단계만 늘어나 전체 유통비용 상승을 불러오고, 공급업체에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해 간납도매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업계는 이 같은 횡포를 막기 위해 의료기기법상 설립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유관기관에 간납도매업체 폐지 또는 도매업 신설을 건의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루아침에 구매대행업무를 폐지하기란 법적인 근거가 미약할 뿐만 아니라 도매업 신설 역시 오히려 간납도매업체를 양성화할 수 있다는 한계성이 있었다.

업계 또한 이 점을 알고 좀 더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공정거래법'을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삼고 있는 것.

의료기기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간납도매업체들이 구매처를 제한하고, 보험급여 제품에 대한 마진을 취하는 행위는 분명 위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판매 강제를 하고 있는 점을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가의 구매대행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간납도매업체와 '갑-을' 관계에 있었던 의료기기업계가 공정거래법새로운 무기로 삼아 반란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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