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는 경쟁을 뚫고 의대에 들어와서 성적으로 또 경쟁하고, 메이저 과에 들어가려 경쟁하고, 교수되려 경쟁하고. 이러한 경쟁 속에서 정말 안녕하십니까?"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가 의사간의 경쟁을 풍자하는 기고문을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타인의 아픔을 치료하는 의사가 동료들과 경쟁하며 생존만 걱정하는 것이 올바른 삶이냐는 반문이다.

고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박상헌 전공의는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 웹진 '영엠디'에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박 전공의는 "학창 시절 의대에 가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믿으며 대학에 진학했고 인턴 시절에는 원하는 과에 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전공의 시절에는 전문의를 따야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나"라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전문의를 따고 펠로우가 된다면 교수 자리에 대한 희망 고문으로, 개원을 하면 생존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또 행복의 꼬리를 놓을 것만 같다"며 "이렇게 평생 경쟁만 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삶인가"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은 안녕하지 못하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평온한 과정을 거쳐왔지만 이렇게 끝없이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자신을 보면 절대로 안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전공의는 "학부시절에는 친구들과 성적을 이야기 하며 마음이 불편했고, 인턴을 하면서는 같은 동기들끼리 세부 과를 들어가기 위해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며 "전공의 시절에는 과중한 업무로 같은 전공의끼리 언성을 높여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애인이 있지만 박봉으로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을 못하는 내가 싫고 부모님에게 넉넉한 용돈을 드리지도 못하는 내 모습은 결코 안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듯 남보다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절대로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타인의 아픔을 치료하는 의사가 그저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만 살아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박 전공의는 "한 대학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글을 읽는 순간 조금이나마 다른 이들보다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타인의 아픔을 방치하고 외면하는 내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타인의 아픔을 치료하기 위한 의사가 단순히 투약과 수술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진정으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위로를 하는 것 또한 의사가 해야할 몫"이라며 "끝없는 경쟁으로 타인의 사회적 고통에 무감각해지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적극적으로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