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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할퀴고 간 요양병원…무거운 침묵과 비통함

발행날짜: 2014-05-29 06:13:08

[현장]화재로 21명 사망…안전 시설 미비 따른 '인재'

요양병원을 둘러싼 것은 환자와 앰뷸런스가 아니었다. 입구부터 경찰차와 119 대원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분주한 움직임이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28일 오전 0시 27분 쯤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병원(효사랑요양병원) 별관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6분만에 진압됐지만 이미 화마는 환자와 간호조무사 등 21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뒤였다.

이날 현장을 찾기위해 전라남도에 위치한 장성역에서 내렸다. 8분여를 더 달렸을까. 병원 입구부터 지휘봉을 든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느라 바쁜 손동작을 이어간다.

화창한 날씨를 무색케 하는 정적. 그 숨막히는 침묵이 향한 곳은 요양병원 오른 편에 위치한 별관 2층이었다.

화마는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마치 입을 벌린 듯 검게 불탄 흔적을 남겼다. 밑으로 녹아 떨어져 내린 철제 펜스만이 지난 새벽의 뜨거웠던 기억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발걸음을 돌려 유가족 대기실이 마련된 본관 1층으로 들어섰다.

현관 왼쪽에는 사고 이전부터 큼직한 글씨로 화재 등 긴급시 행동요령에 대한 게시물이 붙어있지만 정작 화재 당시엔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게다가 병원 내부 곳곳에 걸려있는 '복지부 지정 전문요양병원'이라는 플래카드 역시 빛을 바래긴 마찬가지였다.

출입이 통제된 본관에는 소방 대원과 경찰들이 여럿 보이면서 병원의 모습보다는 '사건의 현장'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불과 몇 장의 사진이나 찍었을까. 기자의 출입을 막는 행정직원까지 가세하면서 병원은 엄숙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세월호 참사에 연이어 터진 사고라는 점을 인식한듯 병원 곳곳에서 정부, 의료계, 정치권 등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밟혔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남윤인순 의원과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역시 병원에 진을 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의협 보궐선거에 출마한 추무진 후보도 현장을 찾았다.

추 후보는 "불과 6분만에 불이 꺼졌는데도 난연성 자재를 사용하지 않은 까닭에 피해가 컸던 것 같다"면서 "바로 일주일 전에 공제회 배상 범위에 화재도 포함됐는데 해당 요양병원은 공제회 미가입 회원이었다"며 아쉬워했다.

화재 발생 소식을 접한 뒤 새벽같이 병원으로 달려온 의사들도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과거 여의사회 회장을 역임했던 김용진 원장을 우연히 만났다. 3월부터 요양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작년 3월에 이곳으로 와 진료를 해 왔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해 무척이나 아쉽다"고 경황을 밝혔다.

그는 "의사들도 어제 새벽에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와 환자들의 CPR과 응급 조치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일각에서 환자에게 신경안정제를 과다 처방해서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식의 의혹도 제기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작년 10월에 복지부 지정 전문요양병원도 인증을 받았고 약 처방에 대한 간섭도 일절 없는 곳이다"면서 "의도적인 방화가 원인이라고 해도 스프링쿨러나 화재에 대비한 난연성 자재 등이 미비해 인명 피해를 키운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이어 "방마다 번호키로 출입을 통제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면서 "다만 치매 환자의 병원 무단 이탈을 막기 위해 간호사 스테이션과 병실 통로에만 문을 만들어 출입을 통제했다"고 덧붙였다.

새벽녘 화재를 먼저 발견하고 소화기로 불길을 잡으려다 참변을 당한 간호조무사에 대한 애통한 반응도 이어졌다.

현관에서 마주친 모 직원은 "환자들 중에도 비보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아쉬워 하는 분도 있다"면서 "환자뿐 아니라 원장 선생님들에게도 참 친절했던 분이 화재를 진압하려다 변을 당했다"고 혀를 찼다.

폴리스 라인이 쳐진 병원 뒤편엔 경찰들이 대기하며 쉬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사고에 대한 충격 때문인지 간혹 보이던 환자들은 적잖이 놀란 기색이었다.

머리를 숙인 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한 환자는 하염없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었다. 그의 마음 속엔 "어떻게 병원에서 이런 일이…"라는 절망이 자리잡고 있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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