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으로 개원했다가 거짓 청구로 과징금 폭탄을 맞은 두 원장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중 한 사람에게만 '공동대표'라는 이유만으로 4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부과했다.
법원은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은 맞다고 봤지만, 면허정지 처분은 과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달랐다.
의사인 박 모씨와 정 모씨, 이 모 씨는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강원도 춘천시에서 A병원을 열었다. 병원 수입은 박 씨와 정 씨가 각각 35%씩, 이 씨가 30%씩 나눠 갖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의 동업 관계는 불과 약 1년 만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정 씨와 박 씨가 담당 환자비율, 업무분담, 의료사고 처리 등에 대해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툼이 잦아지게 된 것.
이후, 정 씨는 박 씨에게 일방적으로 '동업계약을 해지하고, 진료한 환자에 따른 수익은 각자 갖고 간다'고 통보했다.
이 와중에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를 통해 박씨와 정씨가 환자들에게 지지요법을 하지도 않고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것을 적발했다. 거짓청구 비용은 약 1670만원.
지지요법은 정신과 치료방법의 일종으로서 성실한 태도로 환자의 호소를 잘 듣고, 환자의 기분을 받아들인 후 환자를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아서 자신을 되찾도록 하는 방법을 말한다.
복지부는 거짓청구 비율에 따라 40일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하는 6683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박 씨에게는 병원 공동대표라는 이유로 4개월간 면허자격 정지 처분까지 가했다.
박 씨는 곧장 과징금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게 면허정지 처분도 억울하다며 소송을 냈다.
해당 사건은 각각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와 제6부(재판장 함상훈)에 배당됐다.
박 씨는 거짓청구로 적발된 내용 중 본인의 환자는 14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정 씨의 환자이기 때문에 14명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거짓청구로 인한 이득 대부분은 정 씨가 얻었다는 것.
또 지지요법 치료를 한 후 메모 형식으로 작성했다가 1주일에 2회 정도 박 씨가 따로 만든 '개인 지지요법 기록지'에 치료내용을 옮겼다고 했다. 진료기록부에만 적지 않은 것일 뿐이지 지지요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서울행법 제13부는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거짓청구에 들어가는 기간은 동업계약이 유지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아 각자 진료한 환자들로부터 수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외부적으로는 급여 청구를 할 자격은 공동대표인 박 씨와 정 씨에게 있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정신과 의사가 지지요법을 하고 그 내용을 진료기록부 등에 기록하지 않고 급여비를 청구해서 받는 것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를 부담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상대가치점수 고시에 따르면 정신요법료는 반드시 치료행위에 관한 내용을 진료기록부 등에 기록했을 때만 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서울행법 제6부는 면허정지 처분까지는 과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거짓청구 금액 중 3분의2 이상이 정 씨의 환자에 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주된 대표라는 이유로 박 씨에게만 면허 정지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A병원의 실질적인 대표는 정 씨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면허정지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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