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한 만큼 공약 사항인 의료계 봉합의 어려움부터 당장 들이닥칠 원격진료 시범사업 저지 문제, 비대위·대의원회와 관계 설정까지 짧은 10개월 동안 산적한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의협 선관위 집계 결과 추무진 후보가 유태욱, 박종훈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오프라인 개표까지만 해도 박종훈 후보는 추 후보와 경합을 벌이며 선전했지만 온라인 투표에서 추 후보가 2698표를 얻으면서 1273표를 얻은 박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추무진 당선인은 "기쁜 마음보다는 막중한 책임감 느끼고 향후 의료계의 대동단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 "유태욱 후보도 많이 도와줬고 박 후보 측에서도 향후 좋은 분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의료계 내분 봉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회무의 방향 역시 의료계 화합에 최대 목표로 설정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의료계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일 뿐 아니라 전체 유권자 3만 6083명 중 고작 1만 448명이 참여(28.96%)한 역대 최저의 투표율 때문에 의료계 대표성 잡음과 내분 봉합에도 상당한 부담감이 뒤따를 전망이다.
보궐선거 특성상 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장 19일부터 회무를 시작해야 하는데다가 내년 4월 말까지 10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기존 37대 집행부와의 회무 연속선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격진료 시범사업 저지, 첫 시험 무대
먼저 원격진료 시범사업과 영리자법인 확대 저지라는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추무진 당선인은 그간 정견발표 등을 통해 의정 협상에서 기존 집행부와 다른 노선을 밟은 것이란 의견을 자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검증사업 자체도 문제가 많다고 하면 당선시 재논의해서 어떻게 해야 회원들에게 이득이 될지 논의해 보겠다"면서 "세월호 참사를 보면 알겠지만 안전성이 충분히 검토되고 입법화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원격진료를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월호 사고로 인해 이후 정부도 시범사업 기간 조정에 대해 다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충분한 검토 시간을 가진후 졸속으로 추진하지 말고, 충분한 검증을 거치고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고 전한 바 있다.
진료과와 대의원회, 의학회, 병원협회 모든 직역을 아울러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당선인의 기본 생각인 만큼 시범사업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향후 의정협상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리자법인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미 보건의료단체는 연대를 구성해 영리자법인 확대에 공조 기조를 갖췄지만 의협은 차기 회장 선출 문제로 공조 체제에 한 발작 물러서 있는 상황. 정부가 영리자법인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어 의정 협의에서 어떤 기조와 논리로 효과적으로 대처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비대위·대의원회 관계 설정, 내분 봉합 첫 단추
한편 비대위, 대의원회와 관계 설정도 과제로 남았다.
비대위는 회장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28일까지 시범사업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근거로 집행부에 회원들의 의견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시범사업에 대한 견해 차로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37대 집행부와 다르게 비대위의 의견과 방침을 존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어떤 방법과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저지할 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회가 제안한 의협 대통합 혁신위원회 구성도 신임 집행부가 들어선 만큼 논의에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신임 회장과 대의원회 의장이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한 혁신위는 올해 말까지 대의원 선출 방법과 여론 수렴 구조 신설 등의 정관을 손질하게 된다.
추 당선인은 "현재의 분위기라면 대의원회가 일반 의사들의 민의를 충분히 수렴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되고, 의료정책과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면 보다 강력한 대의원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 대의원회가 이러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대의원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임병석, 방상혁 전 이사들이 제기한 소송건의 처리에도 혜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연 의료계 대통합을 위해 전임 집행부 이사들과 일정한 선긋기에 나설지 아니면 기존 집행부 인사들과 대의원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지에 따라 짧은 10개월의 임기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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