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양기관 개설자가 의료사고 손해배상금 대불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불금의 액수, 납부방법 및 관리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맡기는 것도 적법하다고 했다.
2012년부터 시작한 법정 싸움의 끝은 결국 의료분쟁조정원의 완승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는 30명의 의사가 의료분쟁조정원을 상대로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분쟁조정원의 조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요양기관이 제 때 지급하지 않을 때 중재원이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제도다.
의료분쟁조정원은 약 34억9000만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으로 요양기관 개설자에게 부담토록 하고 있다. 요양기관 종별로 기관당 최저 1만원에서 최고 600만원 이상을 내야 했다.
30명의 의사는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47조 1항과 2항을 문제 삼았다.
47조 1항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미지급금을 의료분쟁조정원이 대신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항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는 손해배상금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그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직접 나서서 예정됐던 판결 선고일까지 미뤄가며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에 위헌여부가 있는지 헌법재판소에다가 위헌법률심판까지 맡겼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해당 법 조항이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놨다.
그리고 행정11부는 헌법재판소의 결론을 그대로 인용해 지난달 27일 최종 판결을 냈다.
30명의 의사들은 손해배상 대불금 공동 분담은 재산권을 과다하게 침해하고, 평등원칙,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사고 손해배상금은 국가의 일반적 과세라기 보다는 관련된 특정집단으로부터 그 재원이 조달될 수 있는 특수한 성격이라는 것.
재판부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는 대불재원 마련을 위해 일정 정도 집단적 책임이 있다고 볼수 있다. 대불비용 부담액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라면 누구나 의료사고 발생과 경제사정 악화의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대불제도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분산시키는 이익을 향유하기 때문에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자를 대신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의료인은 잠재적 손해배상 책임자다. 환자는 잠재적 손해배상 채권자이기 때문에 환자와 차별취급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법원은 대불비용 부담액을 법령에다가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보다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불금 부담액이나 납부 절차 등에 관련된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은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처음 도입단계에 있다. 대불에 필요한 적립금이 어느정도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야 하는지를 입법단계에서 예측하기 어렵다. 제도를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을 통해서 추산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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