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약국 10곳 중 8곳이 싼약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드러난 일명 '청구불일치' 사건이 지난해 약계를 강타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는 전국 약국 2만여곳을 대상으로 의약품 공급내역과 약국 청구내역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약 1만 6000곳에서 싼약 바꿔치기를 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워낙 숫자가 많다보니 심평원은 부당금액과 비율, 고의성 여부 등을 잣대로 ▲현지조사 ▲현지확인 ▲서면조사로 분류해 조사를 진행했고 부당금액이 6만원 미만인 약국에게는 '경고'조치만 했다.
약국계는 즉시 '우리만 당할 수 없다'는 마인드를 발동, 의료계를 겨냥했다.
의료계도 원내처방하는 약에 한해서는 '청구불일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급 이상은 의약품 출납 내역을 자체적으로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2만개가 훌쩍 넘는 '의원급'을 겨냥한 것이다.
심평원은 병의원이 주사제를 싼약으로 바꿔치기 하는 것은 현지조사 및 현지확인 범위에 들어가 있으며 약국 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감사원과 국회에서도 요구가 이어지자 심평원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약국 청구불일치 서면조사와 정산까지 마무리된 지난달, 심평원은 의료계 데이터를 분석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데이터마이닝 기법으로 최근 3년간 걸러낸 청구불일치 의원은 500곳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의원 숫자가 2만8000여곳임을 감안하면 미미한 숫자다.
심평원이 이 결과를 놓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현지조사, 현지확인, 서면조사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하며 어느정도 수준의 경고를 줘야 할지를 두고 말이다.
투입되는 행정력과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경찰효과 등에서도 따져봐야 한다.
어찌됐든 부정한 결과가 나온 기관에겐 처벌이 따라야 한다.
부당금액이 큰 기관은 지금까지 한 것처럼 현지조사 관련 부서에 넘기면 된다. 부당금액 수준을 보고 지표연동관리제 등과 연계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심평원은 국회 지적에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로 데이터를 돌렸다. 실국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결과를 놓고 토론까지 벌였다.
부당금액 규모에 따라 현지확인이라도 벌이면 전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게 돼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경고 및 주의조치라도 하게 된다면 전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할뿐만 아니라 행정비용도 더 들어가게 된다.
약국계를 강타했던 '청구불일치' 문제에 정작 의료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현지조사에서 적발되고 있는 부도덕한 일부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심평원도 의료계의 상황을 공감하고 있지만 약계의 '나혼자 당할 수 없다'는 식의 공격과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단은' 해봐야만 하는 현실에 놓인 상황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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