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의원 10곳 중 7곳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 비용조차 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정책연구소 분석 결과, 지난 2011년 기준 산부인과의원의 70% 이상이 월 진료비 1500만원 이하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산부인과의원의 폐업률은 개업률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3년 건강보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산부인과의 경우 지난해 개업 43곳에 비해 폐업은 96곳으로 두배 이상 많았다.
분만 산부인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고 있는 가운데 분만산부인과의원으로 시작해 전국 여성병원 중 대표적 병원으로 성장시킨 곳이 있어 눈에 띈다.
부산 진구 개금동에 위치한 '미래여성병원'이 그곳이다.
미래여성병원은 부산과 경남을 포함 영남지역을 통틀어 대표 산부인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분만 건수와 최정상급 맨파워, 차별화된 시설 등을 자랑하고 있다. 미래여성병원은 산부인과 전문의 10명을 비롯해 최고 시설과 품격을 자랑하는 산후조리원과 에스테틱을 갖추고 있다.
특히 호텔같은 접수데스크와 복도 및 대기실, 고급스러우면서도 산모와 신생아들을 최대한 배려한 인테리어와 조명, 외국의 카페에 앉아있는 느낌의 휴게실 등은 여성의 취향과 산모들의 정서를 반영했다.
고무적인 점은 미래여성병원은 애초 산부인과의원으로 시작했으며 병원으로 오픈한지 불과 5개월 밖에 안 됐다는 것이다.
분만산부인과의 암흑기에도 불구하고 미래여성병원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미래여성병원 이재준 원장은 신중하되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요인으로 꼽았다.
이재준 원장에 따르면 2001년 '미래산부인과의원'으로 개원했을 당시만 해도 전국적인 분만 산부인과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
미래산부인과의원도 월 분만건수 100건을 개원 네달만에 달성했으며 단기간에 월 분만 200건 가까이 치고 올라갈 정도로 상황이 좋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분만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개원 당시만 해도 전국적으로 분만건수가 지금의 두배 이상이었다"며 "이후 상황이 악화되면서 분만 건수가 급락했다. 특히 부산의 분만 건수 감소현상은 다른 지역보다 심해 현재 부산의 전체 월 분만건수는 개원 당시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산부인과의원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산부인과의원을 지금보다 더 키울지 아니면 그대로 가야할지를 놓고 원장 간 갈등도 있었고 심지어 의원을 떠나는 원장도 있었다.
이 원장은 "남아 있는 원장끼리 뜻을 모아 건물을 올리기로 결정하고 당시로서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이 때 미래산부인과의원은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강화를 선택하게 된다.
이 원장은 "당시 의원 자리를 옮기면서 하드웨어만 좋으면 뭐하나 다른 것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산부인과와 차별화 되는 특화요소를 찾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일환으로 산부인과의원에 산후조리원과 에스테틱을 결합하게 된다.
지금이야 분만산부인과에서 산후조리원과 에스테틱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 돼 버렸지만 이 원장의 결정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실제로 부산에서 분만산부인과에 산후조리원과 에스테틱을 결합한 사례는 미래산부인과의원이 최초였다.
이 원장은 "미래산부인과의원에서 시작한 뒤 부산 시내 모든 분만병원이 이런 시스템을 따라할 정도로 굉장히 유행이 됐다"며 "그것 때문에 다시 궤도에 오르면서 순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2007년 미래산부인과의원은 개원 7년만에 분만 1만례를 돌파하는 쾌거를 올렸으며 올해 2월 미래여성병원을 오픈, 새로운 전성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산후조리원과 에스테틱을 갖췄다고 해도 분만산부인과의 핵심은 산모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분만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래여성병원은 ▲가족 분만 ▲무통 분만 ▲르봐이예 분만 ▲캥커루 분만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산모 맞춤형 분만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산후 조리원과 에스테틱을 통해 ▲휴식이 아닌 치료를 병행한 효과적인 산후 조리서비스 ▲산모 및 신생아의 체계적인 관리와 영양관리 ▲산모의 체형관리, 육아상담, 제반도우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서비스로 부산 지역 산모들의 입소문을 탄 미래여성병원은 현재 월 분만건수는 평균 250~300건으로 지역 내 최다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지역 내 전체적인 분만 건수가 감소하다 보니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이미 지역 내 대부분의 분만산부인과에서 산후조리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하드웨어적으로 차별성을 내세우기 힘들다보니 상당수 분만산부인과에서 이른 바 '덤핑'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이재준 원장은 의사모임에서 다른 원장들을 만나면 늘 덤핑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한다고 한다.
이 원장은 "다른 의사들에게 정당한 노력을 하고 정당한 댓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데 의료시장마저 덤핑이 활개를 치게되면 회복이 어렵고 미래가 없어진다는 점을 항상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계속해서 이탈하는 병원이 생기고 있다. 홈쇼핑도 아니고 산후조리원을 30만원, 49만5000원 등에 제공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때 미래여성병원은 또 한번의 선택과 집중을 고려했다. 바로 분만을 하나의 문화 컨텐츠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 원장은 "분만이란 단순히 아이를 낳는 게 아니고 하나의 문화 컨텐츠라고 생각했다"며 "물론 전에도 산모 교실 등을 운영했지만 조금 더 차별화되고 산모들이나 예비 산모들이 원하는 다양한 컨텐츠에 집중했다"며 "임신 전부터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을 계몽했다"고 설명다.
그는 "꼭 미래여성병원에서 출산하지 않더라도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접한 산모나 예비 산모들에게 분만 자체가 행복하고 아름답고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분만산부인과의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용을 지출하는데 있어서의 집중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결국은 모든 것이 비용과 직결되는 만큼 비용을 어떻게 집중해서 키워나가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미래산부인과의원이 미래여성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선택과 집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산부인과의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이럴 때일수록 계획했던 부분 이상의 지출은 반드시 억제하고 지출에 앞서 최대한 집중한 이후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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