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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앞둔 개원가 "대진의 신고 복잡…차라리 쉰다"

손의식
발행날짜: 2014-07-29 05:58:05

보건소·심평원 이중신고에 불편함 호소…약국은 보건소 신고만

#. 경기도 A내과의원 P원장은 최근 대진의 신고와 관련한 절차적 불편함 때문에 휴가를 포기해야만 했다. 휴가를 앞두고 대진의를 구하고 경찰서 성범죄경력조회와 보건소 신고를 마친 후 심평원 신고에서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대진의로 구한 K씨는 인근 B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그런데 심평원에 신고하는 서류 중 요양기관변경사항통보서는 대진기간 동안 K씨가 B병원이 아닌 A의원에서 근무하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이며 B병원에도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K씨는 주말에 용돈벌이로 A의원에서 대진을 하려 했으나 현재 근무하는 병원에까지 이를 알리기는 불편했기 때문에 결국 대진을 포기했고 자연히 P원장도 휴가를 접어야만 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대진의 고용과 관련한 절차상의 불편함을 이유로 차라리 휴가 기간 중 문을 닫겠다는 개원가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휴가기간 중 병원 문을 닫는 것보다 대진의를 고용하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대진의를 쓸 경우 하루에 30~40만원 정도가 인건비로 소요되지만 휴가 기간 중 문을 닫는 것보다 대진의를 쓰는 것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울 A의원 원장은 "문을 닫고 휴가를 가려고 해도 하루 수익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며 "꼭 수익적인 부분뿐 아니라 문을 닫은 사이 경쟁 의원에 환자를 뺏길까하는 걱정도 있기 때문에 대진의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개원가는 수익과 환자를 포기하더라도 휴가 중 대진의를 쓰는 대신 문을 닫는게 차라리 낫다는 의견이다.

바로 대진의 신고와 관련한 절차상의 불편함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자가 휴가를 비롯해 입원 및 해외 출장 등으로 대진의를 고용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두 곳에 신고를 해야만 한다.

보건소에는 대진의에 대한 ▲성범죄경력조회서 ▲의료기관개설신고필증 원본 ▲대진의 의사면허증 사본 등을 갖춰 보건소 소정의 양식에 의해 신고해야 하며, 서울을 기준으로 의원은 2만원, 병원은 4만원의 접수 비용도 내야 한다.

심평원에는 ▲의료기관개설신고필증 사본 (뒷면에 대진의 진료기간 보건소에서 부기) ▲요양기관변경사항통보서 ▲대진의 의사면허증 사본 ▲사업자등록증사본 등을 갖춰 신고해야 한다.

이같은 중복접수에 대한 불편함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문을 닫고 마음 편히 휴가를 보내겠다는 것이 개원가의 주장이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휴가철 개원가에서 대진의를 고용하는 여부는 반반쯤 된다"며 "신고를 하고 대진의를 쓰는 것이 수익에 도움은 되지만 보건소와 심평원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 귀찮고 불편해 그냥 문을 닫고 쉬는 곳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가뜩이나 대진의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최근 성범죄경력조회가 추가되면서 절차가 더 귀찮아졌다"며 "현재 의정합의 38개 아젠다 중 대리 신고 간소화가 포함돼 있는데 정부로서는 어려운 요구가 아닌데 조건을 걸고 해주냐 마느냐하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소개한 A의원 P원장의 사례처럼 심평원 신고에 대한 부담 때문에 대진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경기도 C내과의원 H원장은 "대진을 하게 돼 이쪽 병원에 대진의의 이름을 넣게 되면 현재 근무 중인 병원에 통보해야 한다"며 "이후 그쪽 병원은 심평원에 해당 의사가 대진 기간 중 진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H원장은 "예를 들어 그쪽 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불가피하게 토요일 시간이 필요해 휴가를 낸 것으로 돼 있는데 이쪽 의원에서 면허를 걸고 진료를 한다고 그쪽 병원에 통보할 경우 미안하고 불편한 심정일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대진의 이름으로 청구해야 한다면 다들 기피한다"고 토로했다.

이러다보니 일종의 편법 아닌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

H원장은 "부원장이 있는 경우 원장이 휴가를 가고 대진의가 진료를 해도 대진의의 진료건을 부원장 이름으로 청구할 경우 심평원에 대진의를 '기타'로 신고할 수 있어 대진의가 근무하는 의료기관에 통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러나 이 편법 역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의료기관에서나 가능하지 원장 혼자 진료를 하는 소규모 개원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타 부처 및 부서로 떠넘기기 바쁜 상황이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성범죄경력조회의 경우 실제 노무를 제공한다고 하면 경력 조회를 하고 난 다음 채용토록 하고 있다"며 "하루를 근무할 경우 반드시 해야 하느냐의 기준은 따로 없다. 다만 원칙적으로 조회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대진의의 성범죄경력조회는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고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유권해석을 하려면 여가부에 문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대진의 신고시 심평원에는 급여청구의 담당자가 변경됐기 때문에 신고를 하는 것이고 보건소에는 의료기관 관리감독 차원에서 상황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신고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자세한 답변은 못한다. 심평원이나 건보법 관련 부서에 물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기관에서 대진의를 고용할 경우 심평원과 지자체 보건소에 이중신고를 하는 것과 달리 약국은 관할 지역 보건소 신고는 제외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상 약국개설자가 근무약사를 고용할 경우 심평원에 요양기관현황변경통보서만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종로구보건소 약무과 관계자는 "의료기관과 달리 약국은 근무약사 고용을 따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며 "근무약사를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는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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