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인증평가 2주기가 한창인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대한 무용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당초 자율 인증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 달리 의무인증 대상의료기관을 확대하는 것도 모자라 인증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증기준이 선진 의료 시스템 걸림돌
모 대학병원에 설치된 인증평가 D-day가 적힌 X배너.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인증원이 진행 중인 2주기 인증평가를 두고 각 병원 내부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선 인증원이 규제를 위한 규제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A대학병원은 모든 입원환자에게 RFID가 부착된 팔찌를 지급, 병동에 들어가거나 수술실에서 자동으로 환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증기준에선 환자가 수술실로 들어가기까지 평균 8번 가량 환자에게 이름 등 환자정보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A대학병원은 자동으로 환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도 인증기준에 따라 환자에게 수차례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 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도 인증기준을 맞추기 위해 번거로운 단계를 거쳐야한다는 게 답답하다"며 "선진화된 시스템에 방해가 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감당하기 힘든 서류작업도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다.
B중소병원장은 "당장 의사 한명, 간호사 한명이 아쉬운 게 종합병원의 현실이다. 인증 기준에 맞춰 서류작업을 하려면 별도의 인력이 필요한 수준"이라며 "이미 의료기관은 많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옥상옥이라는 느낌이 크다"고 토로했다.
인증원이 발표한 인증 기준은 한국 의료 현실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환자를 많이 보면서 수익을 내야하는 게 한국의 건강보험 구조인데 하나하나 서류작업을 해야한다면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인증원 존재 무슨 의미냐…또 하나의 규제 기관"
상황이 이렇자 병원계 관계자 사이에선 인증원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의료기관을 옭죄는 또 하나의 정부 산하 기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 중소병원 관계자는 "자율 인증이라고 하면서 계속해서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불안하다. 이러다 모든 의료기관이 인증평가를 받아야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어 "인증원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규제를 위한 규제만 더 늘어나고 있다"며 "환자 안전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평가는 필요하지만 현재 의 기준대로라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 요양병원 관계자는 "인증 수수료도 올리고 평가 대상도 계속 확대하고 결국 의료기관을 상대로 돈 벌이를 하는 것이냐"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필수적인 항목을 중심으로 인증 기준을 마련, 기준을 완화하면 보다 많은 의료기관의 참여를 이끌 수 있을텐데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대니 참여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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