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혁신위)가 정관 개정안의 마무리 단계로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혁신이 없다"는 비난에 직면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무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등의 긴급 회의를 재요청한 혁신위는 당초 예정된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마저 당분간 연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20일 혁신위에 문의한 결과 최근 혁신위는 내부 위원들에게 실무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을 소집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관 개정안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어야 할 혁신위가 다시 한번 내부 의견 수렴을 거치는 이유는 공청회를 통해 뜻하지 않은 비난 여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앞서 혁신위는 대의원 정수를 현행 250명으로 유지하는 대신 직선제로 선출되는 대의원 수를 늘리기 위해 고정대의원 수를 현 112명에서 79명으로 대폭 낮추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여기에 선거권자의 연회비 납부 기준을 완하하고 회원 투표를 실시하는 한편, 대의원 선출은 직선제 원칙 아래 학회가 회원인 의학회나 협의회는 예외조항을 두기로 했다.
문제는 공청회에 참여한 대의원이나 각계 회원들이 생각한 혁신안의 방향이 천차만별이었다는 점.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의원 수 조정에서부터 회장 선거의 방식까지 저마다 한마디씩 '훈수'를 보태며 도출한 정관 개정안을 비난하기 바빴다.
학회가 회원인 의학회 등을 직선제의 예외 규정으로 둔 방안에는 아예 변영우 혁신위 공동위원장은 "현재 나온 안들을 가지고 굳이 임총을 열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원칙과 기준이 없다"며 "예외없이 직선제하자고 하면서 일부는 예외규정으로 두는 것은 회원들이 생각하는 혁신이 아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신민호 혁신특위 부위원장은 "당초 계획은 22일 임총에 상정할 정관 개정안을 대의원회에 요청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조금 더 내부 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단 실무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의 단계를 거쳐 개정안을 손 볼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큰 딜레마는 혁신적인 개정안이 결코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며 "공청회에서 나온 제안들은 이미 혁신위 내부에서도 논의했다가 비현실성을 이유로 폐기된 안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외없는 직선제를 하자는 주장은 개원의협의회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혁신위의 판단. 직선제를 적용하면 회원 4000여명에 달하는 산부인과의사회만 해도 과반수인 2000명이 참여해 임원진을 선출해야 하지만 학회 개최시 평균 1000명 남짓만 모이는게 현실이다.
신 부위원장은 "혁신위의 논의 과정을 모르시는 분들을 일일히 다 설득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결과물이 시원찮다고 비판하는 것에 서운한 마음이 있다"며 "혁신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개원의사회 임원조차 직선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회의를 개최해서 개정안의 재수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크게 바뀌는 부분이 없으면 변영우 의장이 임총 개최에 반대할 수도 있어 임총 대신 서면 결의로 바꾸는 방향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급히 새로운 정관 개정안을 도출해야 하는 혁신위는 변영우 의장과의 내부 갈등까지 야기하고 있다. 임총 개최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변영우 의장이지만 의장이 개정안을 "의미없다"고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 모 위원은 "변영우 의장이 혁신위 위원들에게 자유롭게 개정안을 도출하라고 주문했다"며 "지금에 와서는 혁신이 없다는 말로 혁신위원들의 노고를 폄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혁신위가 임총 개최 소집을 요청한다고 해도 개최 여부는 변영우 의장이 결정하게 된다"며 "그런 변 의장이 '이런 걸 가지고 임총을 열 필요가 있냐'고 말한 것은 혁신위원들에게 변 의장의 의중대로 정관을 고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다가온다"고 털어놨다.
혁신위는 이달 말 실무위원회를 개최하고 내달 초 운영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개최해 정관 개정안의 임총 상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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