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개혁의 방안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비의료인의 카이로프랙틱 서비스 및 예술문신 허용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가 실력행사에 돌입한다.
정부가 규제개혁안을 강행할 경우 '면허증 반납'이라는 초강수를 두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의·정 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의협은 고위 임원진과의 내부 논의를 거쳐 정부의 규제개혁 방안에 대해 실력행사로 맞서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규제기요틴(단두대) 민관합동 회의'를 개최하고 보건·의료계 규제개혁 방안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및 보험적용 확대 ▲비의료인 카이로프랙틱 서비스 및 예술문신 제공 허용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규제 개선 등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 ▲경자구역 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요건규제 완화 ▲미용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미용기기분류 신설 ▲메디텔 설립기준 및 부대시설 제한 완화 등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개혁 방안까지 지금껏 의료계가 반대한 제도가 대거 포함돼 있다.
복지부마저 기기별 유권해석을 통해 한의사의 진단 및 검사기기 범위를 정하고 비의료인 카이로프랙틱 서비스의 경우도 내년 상반기 연구용역을 통해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의료계는 "제 2의 의약분업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이번 사안을 의료계 침탈 행위로 규정하고 실력행사로 맞서겠다는 내부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완화라는 허울로 보건의료를 경제적 관점으로 보는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이번 사안만큼은 일말의 타협도 없이 강하게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달 복지부 방문을 통해 비의료인의 카이로프랙틱 부분 수용이나 한의사의 진단 및 검사기기 사용에 대한 대안 마련 입장에 대해 따져 물을 계획이다"며 "경제인들의 논리로나 접근할 법한 주장들을 어떻게 복지부가 동조하고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규제 완화를 강행할 경우 면허증 반납도 불사하겠다"며 "이는 새로운 투쟁의 시작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막아 내겠다"고 역설했다.
의협은 31일 상임이사회에 정부의 규제 개혁안에 대한 대응 방침과 수위를 안건으로 올려 내부 지침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각과 개원의사회도 규제개혁안에 대응하기 위한 근거자료 수집에 착수했다.
피부과의사회는 미용기기분류 신설 방침과 비의료인의 문신 허용,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세 항목에 걸쳐 반박 근거 자료를 만들고 있다.
임이석 피부과의사회 회장은 "피부미용사의 불법적인 의료기기 사용으로 현재도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용기기의 별도 분류는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피부미용사의 불법 의료기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사진을 수집해 놨다"며 "비의료인의 문신 허용에 따른 안전성과 각종 이물반응, 시술 과정에서의 감염 가능성 등을 조목조목 경고한 국내외 논문들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피부과의사회는 해당 자료 정리, 공개해 정부의 개혁안이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된다는 점을 홍보하겠다는 계획.
의협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도 내부 회의를 열어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정훈 위원은 "정부가 경제 단체에서 건의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보건의료의 원칙을 파괴하려 한다"며 "지금까지 의료계가 IPL, IMS, 초음파 등과 관련해 소송으로 싸워오며 지켜왔던 가치들을 일순간에 뒤엎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이원적으로 분류된 의료 체계에서 한의사들에게 한방의료기기가 아닌 현대 의료기기를 허용해 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의료 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다"며 "조만간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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