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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료기기, 대학서 배웠다"는 한의계

박양명
발행날짜: 2015-01-08 05:48:58
"학교 다닐 때 현대 의료기기 진단에 대해 배웠다. 의대와 교과 과정이 비슷하다."

정부가 내놓은 규제개혁안 중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한의계가 타당성의 근거로 제시한 말이다.

의대 교육과정과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이가 듣는다면 "한의사들도 의사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았다는데 뭐가 어때서"라는 반응이 나올 만하다.

의료계는 엄연히 다르다고 고개를 젓는다.

서울의 한 신경과 개원의는 "배운다고 한다는 주장부터가 잘못됐다. 사실 한의대에서 배운다는 내용은 교양 수준이다. 배움의 수준이 의대와 분명히 다르다"라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의료특별위원회 관계자도 "의대에서도 의료법, 치과학을 배운다. 배웠다고 임플란트를 의사들이 하겠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간호대 학생들도 영상의학을 배운다"고 말했다.

한의계가 말하는 주장을 그대로 적용하면 의료법에서 한의사와 의사, 치과의사의 업무를 구분하고, 면허를 나눠서 발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한의사들의 말처럼 단순히 X-ray로 삔 정도만을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X-ray나 초음파를 통해서 다른 질병을 발견할 가능성은 차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한의협은 수년 동안 '민족의학'이라는 하나의 이슈를 일관되게 밀어붙여 국민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다.

한의계에 따르면 한의학도 사람의 몸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탐구를 위한 접근방법은 의학과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민족의학과 일맥상통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침을 놓거나 한약을 투약 했을 때 인체의 변화를 탐구하는 수단으로 현대 의료기기를 활용해 볼 수는 있겠지만 질병의 진단과 처방, 치료를 위한 도구가 되면 오진의 우려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의사들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앞서 마황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각종 한약재에 대한 과학적 근거, 첩약 급여화를 위한 과학적 근거 찾기 등 '민족의학'이라는 말에 걸맞은 독자적 영역을 찾고, 구축하는 게 먼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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