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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36시간 오프' 파격 조건에 미달과 딱지 뗐다

발행날짜: 2015-01-14 06:06:37

신년기획③ 업무강도·의국 분위기 수련환경 선택 중요 요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2년차 0명, 3년차 2명, 4년차 0명.

지난해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현황이다. 2년차와 4년차가 각각 한명씩 있었지만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며 그만두는 바람에 3년차 2명 밖에 남지 않은 암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2명 정원에 별도 정원 1명까지 포함해 총 3명의 정원을 채웠다.

기존에 있던 레지던트도 줄줄이 빠져나가던 이 곳에 갑자기 어떻게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난 것일까.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레지던트가 근무하는 모습.
"업무 강도, 수련환경 선택의 중요한 기준"

그 배경에는 파격적인 수련환경의 개선이 있었다.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는 올해 '12시간 근무 후 36시간 오프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미달과 딱지를 뗐다.

응급의학과는 오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긴 하지만 대부분 12시간 근무 후 12시간 오프를 주는 게 대부분.

앞서 명지병원 응급의학과가 12시간 근무에 24시간 오프 시스템을 구축해 전공의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36시간 오프를 선언한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성심병원 안희철 응급의학과 과장은 "사실 전공의 모집을 위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행히 1년차 3명이 충원되면서 레지던트가 총 5명으로 늘어나 36시간 오프를 보장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 8만여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내원할 정도로 환자 수가 많아 레지던트들의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휴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수련환경 개선 즉, 업무 강도가 수련병원을 선택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의국 분위기 좋아서 지원했어요"

"저는 꼭 이 병원에서 수련받고 싶습니다. 인턴을 하면서 이 병원 산부인과에서 수련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대병원 교육부련실에 레지던트 원서접수를 위해 찾아온 한 인턴은 강력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타 의대 출신인 그가 한사코 아주대병원에서 수련받기를 원한 이유는 뭘까.

그 답은 의국 내 분위기에 있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곁에서 지켜본 산부인과 의국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실제로 아주대병원 산부인과는 2015년도 레지던트 모집에서 정원 3명에 총 5명 지원자가 몰렸다. 자병원 TO를 감안해 충원했다고 하더라도 높은 지원율이다.

특히 산부인과 지원자 상당수가 아주대병원 인턴 출신이라는 점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아주대병원 레지던트 당직실에서 한 전공의가 잠시 책을 보고 있다.
사실 아주대병원 산부인과도 지원율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지원자를 찾지 못해 교수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며 레지던트의 빈자리를 채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주대병원 산부인과는 의국 분위기 쇄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당장 전공의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교수들이 당직은 물론 응급실까지 챙기며 그나마 남은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다른 전공과목 전공의들은 잡무와 과도한 업무로 시달리지만 산부인과 전공의들은 배려 속에 수련을 받았다.

전공의가 소수이다 보니 도제식 교육이 원활해졌고, 교수들도 전공의 한명 한명 손수 챙기며 제대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왔다.

노력에 대한 결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아주대병원 교육수련부 한 관계자는 "당시 좋아진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실제로 지원하는 인턴들이 지원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간판이나 교수를 쫓아 수련병원과 전공과목을 결정했지만 최근에는 좀 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셈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과거에는 병원 간판이나 지도 교수님의 명성만 보고 수련을 결정했지만 최근에는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며 "특히 수련환경이나 의국 분위기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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