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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 익힌 중국의사들 이제는 경영 배우러 한국행"

발행날짜: 2015-02-05 11:57:02

골든와이즈닥터스 박기성 대표 "차별화 마케팅에 큰 관심"

얼굴을 위, 아래 전체를 붕대로 감싼 이들이 한쪽 어깨엔 커다란 쇼핑백을 메고 거리를 활보한다. 언제부턴가 압구정, 강남 대로변에서 중국말을 쓰는 관광객들이 늘어갔다. 성형 한류를 따라 온 이른 바 요우커(游客, 중국 관광객)들이다.

요우커의 뒤에 따라온 것은 한국 의사들의 술기를 배우려는 중국 의사들이었다. 유명 성형외과에서 어깨 너머로 술기를 배웠다는 이들은 중국으로 한국식 성형 방법을 퍼다 날렀다.

그리고 2015년. 뒤를 이어 새로운 요우커가 한국을 찾았다. 이번엔 중국의 병원 관리 실무자들이 국내의 병원 컨설팅 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선진 병원 경영 시스템을 배워 중국에 접목시키겠다는 의욕을 갖고.

중국의료관련투자사절단을 자처한 이들이 한국에서 배우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이들을 직접 교육한 병의원 경영 컨설팅 업체 골든와이즈닥터스 박기성 대표를 만났다.

▲중국의 의료관련 투자사절단이 한국을 찾았다.

최근 중국의 일부 투자자들이 한국의 메디컬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내 병원들이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병원설립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러한 메디컬시장의 한류에 따라, 최근 중국의 의료관련 투자사절단이 병원 경영과 병원 시스템 구축, 환자 서비스에 대해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의사 2명과 병원 과장, 주임급을 포함해 총 17명이 왔다. 중국어 통역사를 대동해 3시간 동안 병원경영과 설립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박기성 대표
▲병원 경영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왔다는 말이 생소하다.

수년 전부터 술기를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 의사들의 내한은 빈번했다. 하지만 병원 경영을 배우려고 한국의 문을 두드린 사례는 흔치 않다. 중국 내 병원과 의료 시스템의 외형적 발전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지만, 이런 하드웨어를 뒷받침할 만한 소프트웨어의 성장은 더디다는 말이 된다. 국내에서도 2000년 의약분업 이후 한창 개원 열풍이 불었었다. 당시 한국에서 병의원 컨설팅 업체가 생기기 시작하고 이에 대한 수요가 생긴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원장들도 의술 이상의 차별화 전략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내 병원 경영에 대한 이해도는

중국의 의료는 공산단 체제 아래 서비스 마인드를 중시하는 시장 원리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시작을 했다. 찾아온 사절단 역시 스스로 중국의 병원 경영 교육이 수준이 떨어진다고 해서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마인드는 떨어진다. 중국에서도 병원 컨설팅 업체가 있지만 이들의 고객 병원들마저 한국에서 서비스를 배워오라고 컨설팅 업체에 의뢰했다고 들었다. 북경 등 큰 도시를 제외하면 아직도 이들에게 환자는 그냥 치료를 해야할 대상일 뿐이다.

▲중국 실무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병원 매출 높아지냐는 것이다. 중국도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리고는 있지만 단순히 마케팅에서 그친다. 환자 응대를 어떻게 해야한다는 마인드는 없다. 환자가 전화를 하면 불친절하게 받는 경우도 많다. 전화 응대가 예약접수로 이어지는 방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콜센터 장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철저한 직원 교육이 마케팅 효율을 증대하는 최고의 길이라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이후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 써야 애사심으로 병의원 모두가 원활히 돌아간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의 메디컬 시장의 차별화 전략을 중국에 그대로 이식할 수 있나

어느 나라나 본질은 다 똑같다. 우리나라 의료시장에서는 병원이 넘쳐난다. 수익성 계속 떨어진다. 대안을 가진 사람도 별로 없다. 미국 의사나 중국 의사나 비슷하다. 의료에 대해서는 전문가일 수 있지만 의사-컨설팅 시장은 조화로울 수 있다. 지금은 컨설팅이 더 부각되는 시대다. 경쟁이 심화되서 기업적인 관점이 필요해지고 있다. 회사가 경영을 다각화해야 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로컬에서 재무도 하고, 인사, 회계 다 해야 한다. 의사 원장은 엔지니어니지만 병원의 경영자 측면에서는 CEO가 된다. 어느 나라에서나 병원 원장이 엔지니어의 역할과 경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 병원 경영을 배우려는 중국인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는가

과거에는 한-중 합작병원 형태가 많았다. 중국인 소유의 병원에 한국 의료진이 진출하는 그런 병원 형태였다. 과거 한류 시장 열풍에서는 중국 의료진이 한국을 찾아 수술 트렌드를 배우고 술기를 배워 가고 그랬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아예 중국 투자단이 와서 중국의료진에 중국 자본을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지화 전략이 아니라 중국 본토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중국인들의 '대국주의'도 많이 사라졌다. 지금은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17명이 돌아가면서 한 말이 중국에 직접 와서 컨설팅을 진행해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중국인 의사의 한국행 러쉬가 수년 간 지속된 것처럼, 이제는 중국인 병원 실무자의 한국행 러쉬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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